농가 600곳 중 190여곳 검사
11곳서 구제역 감염 항체 검출
지난해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해 지역 내 모든 돼지를 살처분했던 인천 강화군이 이번에는 구제역 발병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소 사육농장에서 구제역 감염(NSP) 항체가 잇따라 검출된 데 이어 백신 접종이 미흡한 농가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강화군과 인근 지역의 모든 소와 염소에 대해 일제 백신접종을 실시하는 등 방역대책 강화에 나섰다.
이재욱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1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2일 강화군 젖소농장에서 (구제역) 감염 항체가 처음 검출됐고, 전체 농가 검사과정에서 현재 11곳이 확인된 상태”라고 밝혔다. 강화군 소재 농가 600곳 가운데 190여곳에 대해서만 검사가 이뤄져 감염 항체가 추가로 검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지난해 12월 31일 경기 동두천시 돼지 농장에서도 구제역 감염 항체가 검출된 바 있다.
농식품부는 아직 구제역 바이러스(항원)가 검출된 것은 아닌 만큼 구제역이 발생한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현재까지 항체가 검출된 가축들은 모두 백신접종을 맞아 임상증상이 나타나지 않았고, 이에 따라 구제역 발생으로 분류하진 않은 상태라는 얘기다.
다만 감염 항체가 검출됐다는 것은 이미 구제역 바이러스가 해당 지역에 유입됐고, 농장 주변에서 활동했다는 뜻인 만큼 백신 접종과 소독 등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구제역 감염 항체란 구제역 바이러스에 감염된 뒤 약 10~12일 이내에 동물 체내에 형성되는 항체를 말한다.
문제는 농가 검사과정에서 백신을 제대로 접종하지 않은 농가가 다수 발견됐다는 점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방역당국은 강화군 내 농장 1곳당 16마리를 골라 정밀검사를 실시했는데, 검사 완료된 190곳 중 5곳은 항체 양성률이 80% 미만이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1개 농장은 구제역 항체 양성률이 6%, 1곳은 10% 였다”며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농가에선 구제역이 발생하고 전파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항체 양성률 6%는 검사 대상 16마리 중 15마리가 백신(SP) 항체를 보유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강화군과 경기 김포시에 있는 소와 염소 3만9,000마리에 대해 23일까지 백신접종을 완료하기로 했다. 또 지난해 10~11월 진행한 일제접종에서 임신 등을 이유로 누락된 가축에 대해 보강접종을 실시할 계획이다. 농장에서 자체 예방접종을 하는 소 사육농장 2만1,000곳을 대상으로 정밀검사도 실시된다.
이번 백신접종 등 방역조치는 소와 염소만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돼지는 지난해 12월말까지 일제접종을 다 마쳐 백신 항체가 형성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판단해서다. 또 강화군과 김포시의 경우 지난해 돼지열병의 직격탄을 맞아 돼지가 한 마리도 남아있지 않기도 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강화군에서 구제역 감염 항체가 나와 전체적인 모니터링을 하다 보니 다수 농장에서 검출된 것”이라며 “강화군이 특별히 가축질병에 취약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세종=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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