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13일 취임식에서 소속 검사들에게 검찰 개혁 동참과 “검찰권 절제”를 당부했다. 법무부는 이날 저녁 직접수사 부서를 대폭 축소하는 직제개편안을 발표했다. ‘살아 있는 권력’ 수사를 놓고 검찰과 여권의 갈등이 커지는 상황을 감안할 때 향후 정권 관련 수사의 향방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지검장은 취임사에서 “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들 요구와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라며 검찰 개혁에 동참해 달라고 주문했다. 또 “절제된 수사 과정을 통해 실체적 진실이 규명되고 인권 보호도 이뤄져야 모두가 수긍하는 수사 결과도 나올 수 있다”며 “최근 도입된 관련 법령을 철저히 지켜 달라”고 강조했다. 검찰권 자제와 인권 보호, 민생 중점 등 검찰 개혁을 강조한 것으로 합당한 지적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이 지검장이 지난 8일 단행된 윤석열 검찰총장 측근들에 대한 좌천성 인사에서 중앙지검장에 오른데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학 후배로 검찰 내 대표적 ‘친문’ 인사라는 점에서 현 정권을 겨냥한 수사가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게 사실이다.
법무부가 발표한 검찰 조직 개편안도 검찰 개혁 차원에서 추진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현재 수사를 진행하는 부서들이 포함돼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전국적으로 직접수사를 담당하는 13곳을 형사부와 공판부로 전환하는 내용인데,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는 4곳에서 2곳으로, 공공수사부는 3곳에서 2곳으로 각각 축소된다. 검찰의 직접수사를 줄이고 인력과 자원을 인권과 민생을 위한 부서에 더 투입하는 직제개편은 필요하다. 하지만 직제개편이 현 정권 수사에 관여하는 중간 간부 물갈이 수단으로 이용될 수도 있다는 지적을 유념하지 않으면 안 된다.
청와대ㆍ여권과 검찰 간 갈등이 고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청와대와 법무부의 인사권 행사는 당연한 것이지만 검찰의 수사권도 마찬가지로 보장돼야 한다. 법무부는 직제개편안에 대해 대검의 의견을 듣기로 한만큼 합리적인 개혁안을 내놓기 바란다. 무엇보다 일각의 우려대로 진행 중인 수사 자체를 축소하는 방향이어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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