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붉은 라커칠 훼손 후 철거됐다 지난해 10월 재설치
박근혜 전 대통령 대구 생가터 표지판이 철거된 후 3년 만에 다시 설치됐다. 2013년 표지판을 설치한 대구 중구가 2016년 국정농단 사건 후 훼손된 표지판을 철거한 후 최근 재설치하면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중구는 지난해 10월4일 삼덕동 1가 5의 2 박 전 대통령 생가터에 표지판을 새로 세웠다. 현재 생가터 위치에는 지하 2층, 지상 8층 1,267㎡ 규모의 판매시설이 들어서 있고 골목 입구 양쪽 교통표지판 기둥에 표지판이 2개 설치됐다. 가로 20㎝, 세로 60㎝ 크기의 표지판은 ‘제18대 박근혜 대통령 생가터’라고 한영으로 새겨져 있다.
중구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행동하는 대구우파시민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지속적인 민원제기와 구청 앞 1인 시위, 집회를 해 대화 끝에 재설치했다.
행동하는 대구우파시민연합 관계자는 “과거의 잘못을 떠나 국민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의 생가터 표지판을 새로 설치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며 “표지판 설치를 위해 민원 등 적극 행동에 나서 성사시켰다”고 말했다.
표지판이 새로 설치된 사실이 알려지며, 설치에 반발하는 민원도 이어지고 있다. 서승엽 전 박근혜퇴진대구시민행동 집행위원장은 “국민들로부터 심판은 받은 인물을 용서하는 과정도 없이 단순하게 민원인이 요청했다고 해서 재설치했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다”며 “지역 시민단체들과 함께 철거요청을 하겠다”고 말했다.
중구 관계자는 “민원 해결 차원에서 표지판을 설치한 것일 뿐 정치적 의도나 다른 이유는 전혀 없다”며 “현재 설치에 반대하는 민원이 들어오고 있어 추후 표지판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생가터 표지판은 박 전 대통령이 취임한 2013년 중구가 설치했다. 당시 표지판은 박 전 대통령이 꽃다발을 들고 웃으며 손을 흔드는 사진과 생가터 이력 등을 포함해 가로 70㎝, 세로 240㎝ 크기로 세워졌다. 2016년 11월18일 국정농단 사건으로 박 전 대통령에게 불만을 품은 50대 남성이 술에 취해 붉은 라커로 표지판을 훼손했고, 중구가 철거했다.
윤희정 기자 yo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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