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개혁 국민 열망 어느 때보다 높아”... 선거개입 등 수사 동력 떨어질 수도
이성윤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취임 일성으로 “국민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절제된 검찰권 행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검찰 내 ‘친문 인사’로 분류되는 이 지검장의 발언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등 주요 사건에 대한 수사축소로 해석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중단 없는 수사를 강조하는 윤석열 검찰총장과 갈등을 빚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지검장은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누리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와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라며 “수사의 단계별 과정 과정마다 한번 더 생각하고, 절제와 자제를 거듭하는 검찰권 행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권보호 수사규칙과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 등 최근 도입된 관련 법령을 철저히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이 지검장의 취임사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향후 권력형 비리에 대한 특수수사의 실종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서울중앙지검이 담당하고 있는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등 정권과 관련된 수사 동력이 급격히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반부패수사부 등 직접 수사 부서를 대폭 축소하는 검찰 직제 개편과 조만간 단행할 중간간부 인사 등의 흐름에 비춰볼 때 권력수사에서 손을 떼겠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공교롭게도 신임 서울동부지검장 또한 취임사에서 ‘절제된 검찰 행사’와 검찰개혁을 주문하고 나서 이목이 집중된다. 고기영 지검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겸손하고 절제된 자세로 검찰권을 행사하자”며 “우리가 행사하는 권한이 ‘나의 권한’이라는 오만과 착각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서울동부지검이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감찰무마 의혹 사건을 맡아 청와대로 수사의 외연을 확장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권력수사에 대한 동시다발적 힘빼기라는 지적이 나올법한 대목이다.
서울동부지검의 지휘를 맡았던 전임자 또한 검찰개혁을 주문하고 자리를 물러났다. 조남관 신임 법무부 검찰국장은 지난주 이임식 자리에서 “그동안 국민 위에 군림하거나 조직 이기주의로 국민에게 비쳐졌던 잘못된 관행은 과감히 고쳐나가는 등 스스로 변화와 개혁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수사와 공판이라는 사법의 영역에서조차 피아를 구분하기 시작하면 우리 사회의 정의와 공정을 세울 수 없다"고 피아 구분 없는 공정한 수사를 강조하며, 신임 검사장들과 다소 결이 다른 목소리를 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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