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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ㆍ3 초토화작전 미군정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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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ㆍ3 초토화작전 미군정도 알고 있었다”

입력
2020.01.13 16:26
수정
2020.01.14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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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9년 1월 로버츠 장군의 “최고 수준의 사고(top level thinking)”라고 극찬한 내용을 기록한 미 극동군사령부 문서. 제주4.3평화재단 제공.
1949년 1월 로버츠 장군의 “최고 수준의 사고(top level thinking)”라고 극찬한 내용을 기록한 미 극동군사령부 문서. 제주4.3평화재단 제공.

제주 4ㆍ3 당시 대규모 민간인 피해가 발생한 ‘초토화 작전’에 대해 미 군정과 미군 수뇌부가 인지하고 있었던 것은 물론 해당 작전을 극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1948년 11월 계엄령 선포 후 해안선으로부터 5㎞ 이상 지역에 있는 사람을 모두 적으로 간주해 진행된 초토화 작전으로 산간 마을이 불에 탔고 상당수 마을 주민이 학살됐다.

제주4ㆍ3평화재단은 재단 조사연구실 주도로 지난해 미국자료현지조사팀을 구성, 6개월 동안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을 중심으로 4ㆍ3 관련 자료를 조사한 결과 관련 기록 3만8,000여 매를 입수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번에 입수한 기록 중 연합군최고사령부(Supreme Commander for the Allied Powers, SCAP) 자료에 따르면 미군정의 최고책임자인 하지(Hodge) 중장은 남한의 5ㆍ10단독선거를 앞둔 1948년 3월 3일 UN임시위원단과 덕수궁에서 가진 회의에서 ‘정치범(political prisoner)’에 대한 정의를 놓고 극심한 논쟁을 벌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UN임시위원단은 남한의 단독선거를 반대하는 세력에 대해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는 찬성도 반대도 할 수 있으니 그들을 ‘정치범’으로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나 하지 중장은 “선거를 반대한다는 이유로 사람을 죽이고 재산을 파괴하는 자들을 어떻게 정치범이라고 부를 수 있나. 동기는 정치적일지 모르나 범죄자일 뿐이다”라며 강력하게 맞섰다.

조사팀은 이 같은 하지 중장의 답변이 단독선거를 반대한 제주지역에서 미군의 지휘 아래 한국 군경과 우익단체에 의한 무차별 학살이 저질러지게 된 배경을 설명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1948년 7월 2일자 미 국무부 문서에는 하지의 정치고문 제이콥스(Joseph E. Jacobs)가 제주지역 최고지휘관 브라운(Rothell H. Brown) 대령의 보고를 바탕으로 제주도민의 80%가 공산주의자와 관계돼 있거나 공포 때문에 그들과 협조하고 있다고 국무부에 보고한 내용도 담겨 있다.

특히 미 극동군사령부 문서에 의하면 주한미군사고문단장 로버츠(Roberts) 준장은 1949년 1월 28일 “공산주의자들을 싹쓸이하기 위해 제주에 1개 대대를 추가 파병하겠다”는 채병덕 참모총장의 서한에 대해 “최고 수준의 사고(top level thinking)”라고 극찬했다.

극동군사령부 정보요약 보고에서도 미군은 1949년 2월 20일 제주에서 우익단체인 민보단이 76명의 주민들을 창으로 찔러 살해했을 때 “그들에게 ‘주의(brought to the attention)’를 줄 필요가 있다”는 정도로 사건을 마무리 짓고 있다.

조사팀은 “이번에 확보한 자료 중에는 미군정과 군사고문단 수뇌부의 인식을 직접 기록한 자료들이 많다”며 “또한 이 같은 정보를 미 정부 및 군 최고 수뇌부가 공유하고, 인지하고 있음을 밝혔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4ㆍ3평화재단은 “올해도 미국자료현지조사팀을 운영해 조사대상을 NARA 외에 미육군군사연구소, 트루먼도서관, 미국 소재 대학교 한국학연구소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연말에는 이번 수집한 자료와 이전에 입수한 자료 가운데 출처가 불분명한 자료들을 정리해서 ‘4ㆍ3 미국자료집’을 편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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