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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 파더스’ 사이트 운영자 “양육비 미지급은 생존권 위협하는 아동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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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 파더스’ 사이트 운영자 “양육비 미지급은 생존권 위협하는 아동학대”

입력
2020.01.13 20:00
수정
2020.01.14 00:58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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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급 5명이 “신상 공개해 명예 훼손” 구본창씨 고소… 14일 수원서 국민참여재판

국민참여재판을 하루 앞둔 13일 서울 동작구에서 한국일보를 만난 구본창 배드파더스 활동가. 박소영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국민참여재판을 하루 앞둔 13일 서울 동작구에서 한국일보를 만난 구본창 배드파더스 활동가. 박소영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양육비가 없어 피해를 입는 아동이 100만명입니다. 양육비를 못 받으면 아동의 생존이 위험에 처하는데, 이게 아동학대가 아니면 뭡니까.”

이혼 후 자녀 양육비 지급을 거부하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하는 인터넷 사이트 ‘배드파더스(Bad Fathersㆍ나쁜 아빠들)’ 운영자로 널리 알려진 활동가 구본창(57)씨. 그는 14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진행되는 국민참여재판에 피고인으로 나선다. 개인정보를 공개해 명예가 훼손됐다며 2018년 9월 그를 고소한 양육비 미지급자 5명의 법적 대응에 대한 판단이 이뤄지는 장이다. 양육비를 내지 않아 자녀의 생계를 위기로 몰아넣은 사실을 알려 공익을 추구하는 게 옳은지, 아니면 ‘나쁜 부모’의 신상을 감춰 그들의 명예를 지키는 게 정당한 것인지에 대한 법과 여론의 심판이 처음으로 진행된다.

‘배드파더스’의 정당성을 가늠할 재판에 앞서 13일 만난 구씨는 양육비를 내지 않는 부모를 널리 알려 한 명이라도 피해를 입는 아동을 줄이기 위해 사회가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씨는 “재판의 쟁점은 아동의 생존권과 무책임한 부모의 명예 가운데 무엇이 더 중요한가이다”고 잘라 말했다.

배드파더스는 양육비 지급을 강제할 수단이 없는 현행법 개정을 목적으로 2018년 7월 문을 열었다. 양육비 지급 판결에도 불구하고 이를 내지 않고 버티는 부모의 사진과 이름, 직장 등 신상정보를 사이트에 올렸다가, 양육비가 지급되면 정보를 삭제하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7명의 신상정보 공개로 시작한 사이트는 시간이 갈수록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 1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 400명의 신상이 공개됐고 그 가운데 113명이 양육비를 지급하기 시작했다. 구씨는 “신상공개자의 남녀비율은 8대 2로 남성(아버지)이 압도적으로 많다”라며 “그간 양육비 문제를 놓고 상담한 건수가 3,300여건에 달한다”고 말했다.

구씨의 신상공개 작업은 양육비를 받지 못한 사람들의 생명줄 역할을 하고 있다. “대형 로펌 변호사인 전 남편이 월 양육비 500만원을 4년 동안 주지 않은 경우가 있었어요. 엄마는 경력단절 여성으로 이혼 후 식당에서 일하며 아이를 홀로 힘들게 키웠고요. 생활수준이 급격히 달라져 아이의 고통도 심했죠. 전 남편에게 배드파더스에 정보를 올리겠다고 이야기만 했는데, 한 번에 밀린 양육비 2억4,000만원이 지급됐다고 합니다.” 메이저리그 선수 출신인 최희섭씨도 지난해 월 100만원의 양육비를 8개월 이상 주지 않아 배드파더스에 신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구씨는 “양육비를 받기 위해 양육비 이행관리원에 사건을 접수해서 양육비 지급이행의 최후 법적 수단인 감치(30일 이내 구금)까지 이르는 데 2년이 걸리지만 배드파더스가 신상정보를 올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5분도 걸리지 않는다”라며 “양육비를 받을 수 있는 법적 강제 수단이 전무한 한국에서 신상공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양육비 미지급 부모에게 즉각적인 ‘불명예’를 안기는 배드파더스는 끊임없이 공격을 받아왔다. 활동가 중 유일하게 신상정보가 알려진 구씨에게는 협박전화가 걸려오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당국과 여론은 배드파더스의 편에 서왔다. 배드파더스에 신상정보가 공개된 사람들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배드파더스 사이트를 폐쇄하라고 요구했으나, 방심위는 지난해 2월 ‘공익성이 인정된다’라며 이에 대한 거부 결정을 내렸다.

구씨는 양육비 미지급 문제에 사회가 너무나 무관심하다고 했다. “양육비는 아이 생존의 필수비용인데 한국에서는 양육비를 개인간 단순 채무로만 보고 (미지급을)아동 학대로 간주하지 않습니다. 양육비 미지급을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 국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이 유일합니다.”

국민참여재판을 앞두고 배드파더스의 협력단체인 양육비해결총연합회는 11일 아동단체협의회 및 22개 단체와 성명을 내고 ‘양육비 미지급을 아동학대로 간주하라’고 요구하며 양육비 미지급자의 운전면허 제재 시행과 형사처벌 도입을 주장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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