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가 향후 3년간 전동화 설비 확충과 스타트업 등에 9조원을 투자한다. 코 앞으로 다가온 미래자동차 시대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복안에서다.
고영석 현대모비스 기획실장(상무)은 최근 세계 최대 소비자가전 전시회인 ‘CES 2020’ 행사가 열렸던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런 내용의 중장기 전략을 밝혔다. 현대모비스 기획실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직속 하에, 회사의 전략과 투자를 전담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일단 전동화 분야 부품 생산능력 확장에 3조~5조원, 기술과 제품 연구개발(R&D)에 4조~5조원, 스타트업에 1,500억원 이상 투자할 계획이다. 투자금은 지난해 초 기준 보유 현금 7조4,000억원에 향후 3년간 매년 들어올 최대 2조원의 현금을 합친 13조원 가운데 3조5,000억원 가량의 여유 자금을 뺀 나머지 9조원대 재원으로 충당한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초 이사회에서 3년간 전동화 시장 확대에 대비해 생산기반 확충, 국내외 스타트업 투자, 인수합병을 통한 사업기반 확보 등에 4조원 이상을 투입하기로 했다. 고 실장이 이번에 소개한 청사진은 당시 투자 계획의 연장선에서 재원 조달 방안과 투자 분야를 보다 구체화한 셈이다.
고 실장은 다만 자율주행 부문 투자에 대한 최적화 방안을 찾는데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관련 기술 개발에 투자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실용화 단계에서의 자율주행 수준 기술이 매우 비싸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4,000만원짜리 차에서 120만원 상당 첨단 운전자 지원 기술도 추가할까 말까인데 가격이 1,000만원까지 오른다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고 실장은 현대모비스 사업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도 내놓았다. 2018년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2025년 매출 목표를 44조원으로 제시했는데 지금은 성장 가능성을 더 높게 본다는 것이다. 그는 “현대차의 친환경차 사업이 커지면 현대모비스가 가장 큰 혜택을 받게 될 것이고, 소형차에서도 첨단 운전자 지원 기술 선택이 늘어나면 자율주행 센서 분야에서 비약적 도약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 실장은 향후 비 현대·기아차 매출 비중을 현재 10%에서 2025년까지 최소 40%로 올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선 “그룹 차원에서 논의되는 사안이고 정해진 것은 없지만 무조건 시장친화적 방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스베이거스(미국)=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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