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그레이프라이어스의 보비(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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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그레이프라이어스의 보비(1.14)

입력
2020.01.1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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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에든버러의 '그레이프라이어스 보비'는 반려견의 상징이자 수호성자같은 존재다. 1985년 시의회가 복원한 동상. 위키피디아.

독일 라인강변의 로렐라이 언덕이 특별한 것은 하이네의 시와 노래, 더 전부터 전해져 온 요정 전설 덕분이다. 덴마크 코펜하겐 랑겔리니 해변은 한 조각가가 아내를 모델로 만들었다는 안데르센 동화의 인어상 덕에 관광명소가 됐다.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의 그레이프라이어스(Greyfriars) 교회 묘지는 ‘보비(Bobby)’라는 이름의 스카이 테리어(Skye Terrier)종 개 덕분에 반려견의 성지 같은 공간으로 유명해졌다.

사연은 1850년, 존 그레이(John Gray)라는 시골 조경사가 에든버러로 이사를 오면서 시작된다. 도시라고 일감이 넉넉한 건 아니었다. 아내와 어린 아들을 굶길 수 없던 그는 낯선 도시의 밤 거리를 도는 야경꾼(night watchman)으로 취직을 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무더운 여름 밤이든 길고 어두운 겨울 밤이든 그레이는 에든버러의 자갈길을 돌았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그의 곁에 떠돌이 개 ‘보비’가 친구처럼 함께 있었다.

1858년 2월 15일 그레이가 폐렴을 앓다가 숨져 그레이프라이어스 교회 묘지에 묻혔다. 단짝을 잃은 보비는 그날부터 그레이의 무덤 곁을 한사코 지켰고 시민들은 무덤 곁에 보비의 집을 마련해 주었다. 에든버러시는 1867년 조례로 모든 애완견 등록을 의무화했다. 당시 시장 윌리엄 체임버스(William Chambers)는 시장 직권으로 보비를 ‘그레이프라이어스 보비’라는 이름으로 등록, 황동 이름표까지 달아 주었다. 보비는 만 16년을 살고 1872년 1월 14일 숨져 그레이의 무덤 곁에 묻혔다. 이듬해 한 귀족이 조각가를 시켜 묘지 맞은편에 음수대를 겸한 보비의 동상을 건립했다.

보비 이야기는 수많은 동화와 소설, 영화와 연극의 소재가 됐다. 사연이 유명해지면서 ‘전설’이 과장한 ‘실제’ 보비 이야기들도 여러 버전으로 나왔다. 무덤 주변에 원래 유기견들이 많았고 보비도 그중 하나라는 이야기, 여러 개의 사연들이 겹쳐 가상의 보비가 만들어졌다는 이야기 등. 실제의 로렐라이 언덕처럼 ‘특별할 게 없다’는 거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스코틀랜드 반려견협회는 1981년 5월 보비의 무덤 곁에 화강암 비석을 세웠고, 에든버러 시의회는 위생 문제로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고 방치해 오던 보비의 음수대 동상을 1985년 복원했다. 보비의 동상에는 시민들이 가져온 꽃과 개 장난감 등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최윤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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