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은 조국 가족 덕에 참 시끄러웠다. 가족, 선후배 간에도 ‘조국’ 얘기만 나오면 분위기가 서먹해지곤 했다. 해가 바뀌면 좀 나아지나 했더니 점입가경이다. 이번엔 시험 부정 논란이다. 수년 전 미국 조지워싱턴대에 다니던 조국 교수 아들이 시험 응시 과정에서 부모 조력을 받았다는 것이다. 부모의 시험 부정 조력을 학사 업무 방해로 판단한 검찰이 조국과 정경심 공소내용에 업무방해죄를 추가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조국 논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은 해당 시험이 어떤 자료를 참고해도 무방한 ‘오픈북’이었다면서 검찰의 기소가 “깜찍하다”고 했다. 별것 아닌 문제에 과잉 대응했다는 뉘앙스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자녀가 리포트 쓸 때 부모가 조언하는 것은 미국에선 누구나 다 하는 일이라면서, 이것을 처벌한다면 대한민국 부모 절반이 범죄 혐의자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어떤 이들은 해당 시험은 간단한 온라인 퀴즈였다면서, 그런 간단한 시험을 부모가 도왔을 리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모두 전형적인 초점 흐리기식 대응이다. 조국 옹호론자들은 또 언어를 교란하고 논점을 치환함으로써 비판을 피해 가는 꼼수를 쓰고 있다.
학문의 자유라는 관점에서 학사 부정행위가 발견되면, 원칙적으로 대학이 자율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교육평가기관에서 벌어진 부정행위도 사법당국에 인지되면 업무방해로 기소,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 판례이다. 작년 토익 시험에 대리 응시했다 적발된 한 회사원은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다. 탄핵 사태 당시 정유라의 어머니 최서원은 이화여대 학사 업무 방해로 기소되어, 1, 2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오픈북 시험이니 부모 도움 좀 받아도 된다거나 시험이나 과제에 미국 대학생들이 다 부모 도움을 받는다는 주장 역시 사실과 다른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미국 대학 오리엔테이션 때 명예 규범(honor code)이라고 해서 시험 부정에 대한 설명 시간이 꼭 주어진다. 내가 다녔던 존스홉킨스대는 ‘숙제ㆍ시험ㆍ퀴즈 등에서 허락받지 않은 조력을 받는 행위’를 시험 부정(cheating)으로 본다. 조지워싱턴대 역시 유사하다. ‘그 어떤 학문적 훈련 수행에서도 허락받지 않은 협력에 가담하는 것’을 부정행위로 정의한다. 시험에서 부모 조력을 받아도 된다고 허락하는 정신 나간 교수가 어디 있겠나? 부모 조력은 당연히 부정행위이다.
나는 유학 시절 감독관이 없는 시험도 치러 봤고 오픈북 시험 경험도 있다. 하지만 오픈북이라 해서 부모 조력을 받아도 된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주변에서 그리 생각하는 사람을 본 적도 없다. 아니 대학생이 자기가 시험 보는 날짜나 시험 내용을 왜 부모에게 알리나? 부모가 왜 과제나 시험문제 풀이를 도와주나?
그것은 부모라면 누구나 다 하는 행동이 아니다. 해선 안될 일이고, 했다면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다 큰 자녀의 자립심을 말살시키고 젖먹이로 퇴행시키는 것이다. 만약 조국과 정경심 부부가 아들의 시험 문제 풀이에 도움을 줬다면 그것은 과잉 대응 운운하며 싸고 돌 일이 아니다. 그런 행동을 하는 학생을 꾸짖어야 할 대학교수가 부정행위에 조력한다는 것이 말이 되나? 반대로 만약 사실무근인데 검찰이 모든 자료를 날조한 것이라면 조국 부부가 묵비권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사실관계를 밝히고 결백을 주장하기 바란다.
법률로 처벌하는 것이 능사도 아니고 이 사안의 초점도 아니다. 법을 떠나서 시험 부정에 부모가, 더욱이 대학 교수인 부모들이 가담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대학으로서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다. 더 이상 이 문제가 별 대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낮잡아 보거나 한국과 미국의 부모들은 누구나 다 하는 행위라는 식의 견강부회로 사안의 중대성을 희석시키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장부승 일본 관서외국어대 교수ㆍ정치학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