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유문수 엠비아이 대표
25년 외길연구 세계 첫 고성능 전기이륜차 개발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각국서 수출 주문 쇄도
유문수 엠비아이 대표가 지난 1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엠비아이 본사 전시실에서 독자 개발한 전기 이륜차에 올라 제품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세계 최고 수준의 파워트레인을 장착한 엠비아이 전기오토바이는 세계 유일의 고성능 스마트 전기 이륜차”라고 소개했다. 한덕동 기자

“한국산 전기 오토바이가 전 세계를 누빌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유문수(63) 엠비아이 대표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넘쳐 났다. 새해 첫날 충북 청주 본사에서 마주한 그는 “올해는 엠비아이 전기오토바이가 세계 시장으로 뻗어가는 원년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그의 말은 괜한 호언이 아니다. 엠비아이가 독자 개발한 전기오토바이는 업계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통한다. 현재 세계 이륜차 시장을 휩쓸고 있는 혼다, 킴코 등 일본과 대만 기업들이 출시한 전기오토바이는 모두 배기량 50cc의 저사양 급이다. 반면 엠비아이가 내놓은 MBI S, MBI V, MBI X 등 전기오토바이 세 가지 모델은 100cc~250cc의 고사양 제품이다.

유 대표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들 엠비아이 전기오토바이는 ‘지구상에서 비교할 대상이 없는’ 유일한 고성능 전기 이륜차다.

엠비아이 제품은 출력, 가속도, 등판력(차량이 비탈길을 올라가는 능력), 배터리 효율 등 모든 성능에서 기존 일본ㆍ대만산 이륜차를 압도한다. 배터리 교체 스테이션과 앱이 연동되는 시스템을 갖춘 것도 강점이다.

뛰어난 성능 덕에 엠비아이 제품은 이미 해외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3월 베트남에서 시제품을 처음 공개한 이후 이륜차 최대 시장인 인도와 아세안 각국에서 계약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새해 들어 유 대표의 발걸음은 부쩍 바빠졌다. 해외 진출을 직접 챙기고 있는 그는 지난 6~11일 엿새 동안 중국 닝보(寧波)와 타이저우(台州)에 있는 엠비아이 공장을 방문, 생산 라인을 점검하고 돌아왔다. 15일에는 인도로 날아가 현지 완성차 업체 등 6개 사와 수출을 협의할 예정이다.

인도에서 귀국한 다음날인 28일에는 곧 바로 인도네시아행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 한다. 인도네시아와는 지난달 18일 전기 오토바이 수출 가계약(105만대)을 체결한 상태다. 유 대표는 “인도네시아 현지 기업과 대학연구소가 계약을 전제로 엠비아이 이륜차에 대한 성능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며 “사실상 (계약서에)도장을 찍는 일만 남았다”고 전했다.그는 “2025년까지 자국 이륜차의 20%를 전기차로 바꾸겠다는 조코위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수출 협의가 급물살을 탔다”며 “수출 2년차인 2022년부터는 엠비아이 기술을 이전,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전기 이륜차를 양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해 5월에는 베트남 이륜차 전문업체인 DK바이크와 생산ㆍ유통 독점 계약을 맺었다. 중국 공장에서 부품을 받은 DK바이크가 완성차를 조립해 베트남내 250개 대리점을 통해 판매하는 조건이다. 1차 계약분(3년)이 43만대에 달한다.

특허청과 한국발명진흥협회가 여는 ‘2019대한민국 지식재산대전’에서 엠비아이가 수상한 상장과 메달. 엠비아이는 전기차량용 모터2단변속기와 파워트레인, 이 파워트레인을 장착한 전기오토바이 등으로 대상 등 7개 상을 휩쓸었다. 엠비아이 제공

엠비아이 전기오토바이는 “토종 전기 이륜차를 갖고야 말겠다”는 유 대표의 집념에서 탄생했다.

자전거 및 전기차 변속기 전문업체인 엠비아이는 25년간 오로지 변속기 연구개발에만 매진해왔다. 그 결과 WIPO(세계지적재산권기구)인정 특허만 200개가 넘는 등 변속기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한다.

이런 엠비아이가 3년 전 고성능 변속기를 활용한 전기차용 파워트레인(동력장치)을 개발한다. 이 파워트레인은 동력 효율은 높이고 배터리 소모량은 크게 줄인 획기적인 발명품으로 전기차 업계의 주목을 끌었다.

이 때 베트남 굴지의 대기업이 “엠비아이 파워트레인을 장착한 전기차를 생산하고 싶다”고 제의해왔다. 이 업체는 ‘로열티는 달라는 대로 다 주겠다’ ‘전기차 생산 시 100만대 수입 보장’ 등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당시 엠비아이는 오랜 시간 파워트레인 개발에 혼신을 쏟느라 자금이 고갈되는 등 회사 사정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중국에 갓 설립한 변속기 공장의 성공 여부도 불투명했던 시점이다.

이런 시기에 날아든 베트남 기업의 제안은 큰 유혹으로 다가왔다. 로열티만해도 천문학적인 수익이 예상되자 회사 내부에서는 “쉽게 가자”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유 대표의 고민이 깊어졌다.

“당시는 오직 한길을 걸어온 임직원들이 지칠대로 지친 상황이었죠. 전기차를 잘 모르는 상황에서 시작한 완성차 도전도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었고요. 20년 넘게 저 하나만 믿고 고생한 임직원들을 진정으로 위하는 길이 무엇일까, 수없이 고심했습니다”

답이 늦어지자 베트남 대기업은 ‘베트남에 16만 5,000㎡규모의 엠비아이 공장을 무료로 지어주겠다’는 더 파격적인 조건으로 바짝 다가섰다.

그럼에도 그는 끝내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꿈을 포기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냥 부품만 조달하는 업체로 남느냐, 아니면 세계 최고의 전기차에 도전하느냐선택의 기로에서 결론은 분명했어요. 우리나라가 고성능 전기이륜차를 가질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거였죠”

결국 임직원과 주주들도 유 대표의 이런 뜻을 따라주었고, 3년 만에 세계 최초의 고성능 전기 이륜차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유 대표는 “단순히 파워트레인만 공급했다면 동남아 전기이륜차 시장 진출은 엄두도 못낼 일”이라며 “다소 무리한 도전을 믿고 따라 준 동료들이 자랑스럽다”고 공을 임직원에게 돌렸다.

엠비아이의 전기오토바이 개발은 전기 이륜차가 최고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아시아 시장 상황과도 딱 맞아 떨어진다고 유 대표는 강조했다.

심각한 대기오염에 시달리는 동남아 각국과 인도 등이 친환경차 도입을 국가 시책으로 추진하면서 향후 전기 이륜차 시장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유 대표는 “순수 토종 기술로 완성한 엠비아이 전기오토바이로 아세안을 비롯한세계 이륜차 시장의 판도를 바꿔놓겠다”며 “동시에 삼륜ㆍ사륜 전기차에도 도전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펼쳤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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