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되었고, 블랙 아이스로 인한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몇 년 전부터 겨울만 되면 뉴스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블랙아이스”다. 예전에는 ‘빙판길’로 통칭되다가 어느 순간부터 ‘블랙아이스’라는 단어가 통용되고 있는데, 도로가 머금은 수분이 낮은 기온으로 얼어붙게 되면서 시각적으로는 빙판길로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는 빙판길인 도로임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운전자에게 빙판길이 위험한 가장 큰 이유는, 빙판 위에서는 제동과 조향이 운전자의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눈길에서는 제동을 하면 어느 정도 미끄러지다가 쌓인 눈이 타이어에 엉겨 붙으면서 자동차가 멈춰 서지만, 빙판길에서는 제동을 하더라도 속도가 거의 줄어들지 않은 상태로 미끄러지다가 네 바퀴 중 하나 이상의 접지력이 달라지는 경우 자동차가 돌면서 주행경로를 이탈하고 사고로 이어진다.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빙판길에서 자동차가 미끄러지는 상황을 경험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자동차가 의도치 않게 미끄러지는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여야 할 지 모르는 경우가 많고, 자동차가 미끄러지는 상황이 닥치면 당황하여 반사적으로 브레이크를 더욱 강하게 밟거나 운전대를 급격히 조작하기 쉽다. 그런데 자동차가 미끄러진다고 하여 운전대나 브레이크 페달을 급격하게 조작하면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크기 때문에 절대 하여서는 안 되는 행동이다.

블랙아이스 구간을 만났더라도 급격한 조작을 하지 않고 그대로 진행하면 대부분의 경우는 주행경로를 이탈하지 않고 그 구간을 빠져나올 수 있다.

최근 뉴스에서 블랙아이스 대처법으로 운전대를 반대 방향으로 조작하는 카운터 스티어링을 안내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자동차가 미끄러진다고 무턱대고 급격하게 운전대를 반대로 돌리면 자동차가 반대 방향으로 더 크게 미끄러지는 리버스 스티어(reverse steer)로 이어져 더 큰 사고를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이처럼 블랙아이스로 인한 사고의 원인은 ‘운전자의 경험 부족’에서도 찾을 수 있다. 따라서 운전자들이 어떤 상황에서 자동차가 미끄러지고 이 경우 어떻게 조작하여야 안전하게 그 상황을 모면할 수 있는지 사전에 배우고 체험할 수 있다면, 블랙아이스 사고를 예방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핀란드의 경우 자동차가 미끄러지는 상황에 대한 대처까지 운전면허 시험 항목에 포함되어 있고, 자동차가 미끄러질 때 시간 내에 자동차를 바로 잡지 못하면 실격된다고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도 이슈가 된 적이 있는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운전자들이 원하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빙판길과 같은 응급상황이 닥쳤을 때 대처하는 법을 배우고 익힐 수 있도록 교육장소를 마련하고 체험 기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일부 자동차 동호회 등에서 이루어지는 드라이빙 스쿨 등의 강좌나, BMW 드라이빙 센터의 체험 교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 일반 운전자들도 보다 적극적으로 운전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긴 하지만, 이러한 프로그램은 대부분 레이스 트랙에서의 운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하기는 어려울 뿐만 아니라, 빙판길에서의 대처법 등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운전법을 배우고 익히기에는 한계가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도 경기도 화성과 경북 상주에 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상용차나 운수업 종사자들이 주요 교육 대상이고, 일반인들이 찾아가서 교육을 받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운전면허시험장 등의 시설을 활용하거나, 안전운전 관련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운전자들에게 안전운전 체험 학습의 기회를 널리 제공할 필요가 있다.

또한, ‘스노우타이어’라고 불리는 겨울용 타이어는 눈길 뿐만 아니라 빙판길에서도 여름용 타이어나 4계절용 타이어보다 훨씬 적게 미끄러지면서 조향과 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겨울용 타이어를 장착하는 것도 블랙아이스로 인한 사고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독일을 비롯한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겨울이 시작되는 11월부터 겨울이 끝나는 3월까지 겨울용 타이어 장착이 의무화되어 있어서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가 부과될 뿐만 아니라, 의무 장착 기간에 겨울용 타이어를 장착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고가 날 경우 보험처리도 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유럽 국가들처럼 겨울용 타이어를 의무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하더라도, 블랙아이스로 인한 인명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겨울용 타이어 장착을 유도할 수 있는 적극적인 조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무리 빙판길 대처법을 몸에 익혔더라도 높은 속도에서는 대응이 어렵다는 점에서 겨울철 새벽 교량 위 등과 같이 블랙아이스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구간을 지날 때는 운전자 스스로 속도를 줄이고 서행하는 것이 안전운전의 지름길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글: 강상구 변호사(법무법인 제하)

강상구 변호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사법연수원 수료 후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을거쳐 현재 법무법인 제하의 구성원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자동차 관련 다수의 기업자문 및 소송과 자동차부품 관련 다국적기업 및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 근무 등을 통해 축적한 자동차 산업 관련 폭넓은 법률실무 경험과, 자동차정비기능사 자격을 취득하면서 얻게 된 자동차에 대한 기술적 지식을 바탕으로 [강변오토칼럼], [강변오토시승기]를 통해 자동차에 관한 법률문제 및 사회적 이슈들에 대한 분석과 법률 해석, 자동차에 대한 다양한 정보 등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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