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신문 인터뷰서 日 사법당국 재차 반박
“재판 종결까지 10년이나 기다리란 말이냐”
일본에서 보석 상태 중에 레바논으로 도주한 카를로스 곤 전 닛산ㆍ르노자동차 회장이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불법 출국에 대해 “갈등이 있었지만 (재판이 끝날 때까지) 10년 정도나 기다리라는 말인가”라고 밝혔다. 지난 8일 전세계 언론 60개사를 초청해 가진 기자회견에서처럼 신뢰를 잃은 일본 사법제도 하에서는 재판을 받을 수 없다는 ‘도주의 불가피성’을 재차 강조했다.
곤 전 회장은 12일자 아사히(朝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원래 일본에서 재판을 받고 싶었지만 공정한 재판이 보장되지 않았다”며 “변호권이 보장된 국가의 법원이라면 기꺼이 출두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출국에 대해 “위법한 출국”이라고 인정하고 자신에 대한 신뢰가 일부 손상될 것을 각오한 행동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65세”라며 “재판이 끝나는 것을 기다릴 수 없다. 신속한 재판을 원했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인의 80%가 자신에게 죄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여론조사를 거론하고 “자신을 변호하고 싶었다”며 도주 동기를 설명했다.
일본 법무성과 도쿄지검 특수부는 곤 전 회장의 8일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도저히 받아들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곤 전 회장은 “(체포된 이후) 14개월 동안 검찰만 발언했음에도 2시간밖에 말하지 않은 나에게 일방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느냐, 농담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일본의 사법제도에 질려버렸다”며 “내 출국에 대해선 검찰에 책임이 있다.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나의 믿음을 앗아버렸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말해 나는 검찰 의견에 신경 쓰지 않는다.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고 화살을 일본 사법당국으로 돌렸다.
법원에 대해서도 불만을 쏟아냈다. 그는 “아내와의 면회를 여러 번 요구했는데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았다”며 법정 통역에 대한 불만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일본 검찰은 부인 캐럴이 증인신문에서 허위증언을 했다는 혐의로 뒤늦게 체포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일본 검찰 측은 캐럴도 곤 전 회장의 비위사건에 주요 관계자이기 때문에 면회를 허용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그는 8일 회견에서 검찰 기소의 배경에 닛산 경영진의 ‘쿠데타’가 있었다며 6명의 실명을 거론했다. 이에 거명된 일부 닛산 경영진과 일본 언론들은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고 새로운 내용이 아니라고 일축한 바 있다. 이에 대해서도 “그들은 언론에 나를 비난했다. 나도 같은 행동을 했을 뿐”이라며 “그들은 매우 떠들고 있는데 나는 왜 억제돼야 하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자세히 말하면 일본 정부의 관여에 대해서도 말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다루고 싶지 않다”고 했다. 아사히는 이에 “일본과의 외교 관계를 우려하는 레바논 정부에 대해 배려하는 입장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가 레바논 정부에 대해 곤 전 회장의 신병 인도나 수사 협조 요청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양국 간 불필요한 갈등이 만들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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