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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트럼프 친서 이미 받아”… 북미보다 심각한 한미 불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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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트럼프 친서 이미 받아”… 북미보다 심각한 한미 불통

입력
2020.01.13 04: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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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미 연락통로 아직 모르는 듯” 조롱… “정부 중재외교 생색내다 망신” 지적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트윗을 통해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일본 및 한국의 카운터파트들과 8일 양자 및 3자 회의를 가졌다고 확인하며 세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워싱턴=연합뉴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트윗을 통해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일본 및 한국의 카운터파트들과 8일 양자 및 3자 회의를 가졌다고 확인하며 세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생일(이달 8일)을 맞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축하 친서를 보냈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과정에서 한미 관계와 우리 정부 외교력의 현주소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북한은 11일 김계관 외무성 고문 명의의 담화를 내 “남조선 당국이 숨가쁘게 흥분에 겨워 온몸을 떨며 대긴급 통지문으로 알려 온 미국 대통령의 생일 축하 인사라는 것을 우리는 미국 대통령의 친서로 직접 전달받은 상태”라고 밝혔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이 생일 축하 메시지를 문재인 대통령을 통해 북측에 전달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우리 정부를 공개적으로 면박한 것이다. 정 실장은 한ㆍ미ㆍ일 고위급 안보협의 참석 차 미국을 방문해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접견하고 10일 귀국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북한에 보내는 ‘선물’처럼 공개했다.

정 실장은 “마침 제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날이 김 위원장의 생일이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기억하고 덕담하며 (축하) 메시지를 문 대통령께서 꼭 (김 위원장에) 좀 전달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이어 “적절한 방법으로 북측에 그런 메시지가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우리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축하 메시지를 담은 대북 통지문을 별도로 보낸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11일 김 고문 담화에서 “남조선 당국은 조미(북미) 수뇌들 사이에 특별한 연락 통로가 따로 있다는 것을 아직 모르는 것 같다”고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북미간 별도 채널을 통해 이미 소통했는데도 우리 정부는 그 사실을 사전에도, 사후에도 미국으로부터 통보 받지 못했다는 뜻이었다. 북미 사이의 ‘중재자’를 자처하는 문재인 정부의 대미 소통 능력이 우려되는 수준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문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 생일 축하 메시지 전달을 요청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가 무엇이든, 한미간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하다. 북한이 한미 양국을 ‘이간질’ 하려고 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북미 비핵화 협상의 중대 고비를 맞은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놓고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에 대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지낸 위성락 서울대 객원교수는 12일 “현 상황에서 북미 간 기본적 소통 채널이 없을 리 없다”면서 “(정의용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왜 우리 정부에게 대북 메시지 전달을 부탁하는지에 대한 의심부터 가졌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북미 간 중재자 역할’에 집착해 체면을 구겼다는 비판도 나온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 요청’이 있었다는 점을 정 실장이 방미 성과로 내세우려다 한미 간 느슨한 소통과 경색된 남북 관계만 여실히 드러낸 셈이 됐다”고 꼬집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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