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주소지가 법인 설립 대행업체… 英 기업등록청엔 ‘활동 중단 기업’
홈피 대표 사진은 유료 이미지… 등록된 대표·임직원 2명 모두 중국인
영국 밴스랜드사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알렌 레오(좌측)의 이미지는 유료사진 제공 사이트에서 12달러에 구입이 가능하다. Istock by getty images 홈페이지 캡처.

온라인 쇼핑몰 마켓컬리가 영국산임을 내세워 일반 기저귀보다 배 이상 비싸게 판 프리미엄 기저귀의 흡수체가 중국산인 걸로 드러나 논란(본보 1월11일자 10면 참고)이 불거진 가운데 해당 기저귀를 만든 회사가 영국 회사가 아닌 중국 회사임을 보여주는 정황이 여럿 포착됐다. 영국에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를 세운 뒤 마치 영국 회사인 것처럼 소비자들을 눈속임 했다는 의심이 업계에서 제기된다.

마켓컬리는 최근까지 이 회사 기저귀를 판매하면서 “영국 본사에서 제품을 개발하고 원료까지 수급한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12일 본보가 해당 기저귀를 만든 ‘밴스랜드’의 회사 소재지부터 회계내역, 임직원 명부 등을 확인했더니 영국 회사로 볼 수 없는 정황이 적잖게 발견됐다.

우선 영국 기업등록청과 기업 플랫폼 ‘엔돌’ 자료를 보면 이 회사가 소재지로 등록한 주소를 무려 816개 기업이 함께 쓰고 있었다. 더구나 이 주소지에 실제 입주한 기업은 ‘코단(Coddan Cpm Ltd)’이란 회사인데, 이 회사는 영국에서 수수료(연간 25만~4,500파운드)를 받고 기업 설립에 필요한 주소지 등을 제공해주는 대행업체였다. 사실상 밴스랜드가 코단에 수수료를 내고 해당 주소지만 빌려 유령회사를 세운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임직원 또한 실체가 불분명하다. 밴스랜드 홈페이지를 보면 이 회사 대표는 알렌 레오(Allen Leo)라는 사람으로 돼 있다. 하지만 기업등록청에서 확인한 이 회사 실제 대표는 중국 난징에 거주하는 밍 리우(LIU, Mingㆍ44)다. 이 회사 임직원은 밍 리우 포함 2명이다. 홈페이지에 있는 알렌 레오 사진은 유료사진 제공 사이트에서 12달러면 구할 수 있는 사진이었다. 회계장부도 엉터리다. 2004년 설립 당시 이 회사최초 자산은 10만 파운드였는데, 이 금액은 지난해까지 그대로다. 사실상 수익 활동이 전혀 없었다는 뜻이다. 기업등록청은 2006년부터 이 회사를 아예 ‘활동을 중단한 기업’으로 분류해 놨다.

업계에선 이런 정황을 종합할 때 이 회사는 영국 회사가 아닌 중국에 기반을 둔 회사라는 추정이 나왔다. 영국 회사로 포장하려고 영국에 세운 ‘유령회사’를 동원했다는 것이다. 유령회사 의혹에 대해 밴스랜드 수입업체 대표는 “2015년 11월 5일 밴스랜드 판매권을 다른 사람에게 양도를 받았다”면서 “본사에서 제공받은 기본적인 인증, 서류 등을 다 확인했고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해명했다. 마켓컬리는 최근 논란이 일자 해당 기저귀 판매를 중단하면서 “영국 법인의 브랜드 관리에 있어 일부 추가로 확인해야 할 부분이 있다. 현재 영국 본사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처럼 애초의 업체 홍보와 다른 점이 많지만 소비자로선 이를 알아채기 쉽지 않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은 상품을 수입하는 회사 정보나 판매글을 보고 구입할 수밖에 없다”며 “이처럼 기업이 자기네 입맛에 맞는 정보만 제공해 소비자를 오인하게 한다면 그건 기만광고ㆍ허위정보 제공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