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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아 쿠렌치스ㆍ맨발의 코파친스카야가 온다… 베토벤 파격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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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아 쿠렌치스ㆍ맨발의 코파친스카야가 온다… 베토벤 파격 어디까지

입력
2020.01.13 04:4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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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탄생 250주년, 꼭 봐야 할 공연 베스트7

올 4월 내한하는 테오도르 쿠렌치스와 무지카 에테르나. 빈체로 제공
올 4월 내한하는 테오도르 쿠렌치스와 무지카 에테르나. 빈체로 제공

스스로도 “작곡가에게 그 어떤 감각보다도 완벽해야 할 감각”이라던 청력에 문제가 생겼다. 하지만 굴할 생각 따윈 없었다. “운명이 아무리 가혹해도 죽지 않겠다”고, 미리 작성한 유언장에다 써뒀다.

너무나 유명한 악성(樂聖) 루트비히 판 베토벤(1770~1827) 얘기다.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교향곡 9번 ‘합창’은 그가 굴하지 않겠다는 유서를 쓴지 무려 22년이 지난, 죽기 3년전에 완성됐다. 그럼에도 ‘합창’이 노래한 것은 ‘환희’였다.

올해는 베토벤이 탄생한 250주년이다. 혼란스러운 국내외 사정 때문에 절망의 끝자락에서라도 환희를 찾아야 하기 때문일까. 유독 베토벤 공연이 줄이어 예정된 가운데, 평론가 4명에게 그 중 반드시 챙겨봐야 할 공연을 물었다.

 ◇쿠렌치스와 코파친스카야의 만남 … ‘파격’ 

클래식 평론가 류태형과 허명현은 4월 7, 8일 서울 신천동 롯데콘서트홀 무대에서 열릴 지휘자 테오도르 쿠렌치스와 오케스트라 ‘무지카 에테르나’의 첫 내한 공연을 꼽았다.

그리스 출신 40대 지휘자인 쿠렌치스는 30대 초반 나이에 이미 “내게 10년의 시간을 주면 클래식 음악을 살려내겠다”고 기염을 토한 인물이다. 강약 조절에 파격을 더하는 것은 물론, 원곡에도 없는 악기를 쓰는가 하면, 패션 모델 같은 옷차림 등으로 보수적 청중들로부터 지탄을 받기도 하는, 클래식계 ‘변화와 혁신의 아이콘’으로 꼽힌다.

이런 쿠렌치스 무대에 바이올린 협연자로 나서는 이 또한 몰도바 출신의 파트리샤 코파친스카야다. 더러 맨발로도 무대에 오르는 코파친스카야는 ‘개가 달을 보고 짖는 줄 알았다’는 평이 나올 정도로 격정적인 연주로 유명하다. 허명현 평론가는 “쿠렌치스와 코파친스카야 두 사람은 아마 가장 파격적인 베토벤을 들려줄 것”이라 말했다

피아니스트 거장 루돌프 부흐빈더. 빈체로 제공
피아니스트 거장 루돌프 부흐빈더. 빈체로 제공

 ◇일흔 피아니스트 부흐빈더 … ‘정통’ 

황장원, 최은규 평론가는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 공연을 꼽았다. 9월 중에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을 연주하고, 9월 27일에는 롯데콘서트홀에서 디아벨리 변주곡을 선보인다.

부흐빈더는 ‘베토벤 해석에 있어서 현존하는 최고의 권위자’라 불린다. 클래식에 데뷔한 것도 열살 때 베토벤 협주곡을 통해서였고, 그 뒤로 일흔 중반이 된 지금까지 베토벤에 대한 연구 그 자체로 일생을 보낸 연주자다. 최은규 평론가는 “부흐빈더의 연주가 지금까지 높은 평을 받는 것은 그가 여러 악보에 대한 치밀한 비교 연구를 거쳐 연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디아벨리 변주곡 연주다. 베토벤 후기 걸작 중 하나로 꼽히는 이 곡은 해석에 따른 연주법 차이가 상당히 커서 연주자들이 까다로워하는 곡이다. 부흐빈더는 이번 연주를 위해 현대 음악가 11명에게 의뢰해서 따로 받아낸. 원곡의 재해석 버전을 연주한다. ‘베토벤 장인’이 뽑아낼 디아벨리 변주곡인 만큼 관심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전문가가 꼽은 올해 베토벤 연주 BEST 7. 그래픽=김문중 기자
전문가가 꼽은 올해 베토벤 연주 BEST 7. 그래픽=김문중 기자

 ◇독주부터 오케스트라까지 공연 풍성 

공연 규모별로 보면, 독주로는 3월6일 예술의전당에 오를 피아니스트 김선욱의 피아노 소나타 연주가 추천됐다. 김선욱은 2009년 협주곡 전곡 연주, 2012~13년 소나타 전곡 연주, 2017년 독주회 등을 통해 베토벤을 꾸준히 연구한 피아니스트다. 이번엔 베토벤 후기 소나타 30ㆍ31ㆍ32번을 준비했다.

현악 사중주로는 2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게반트하우스 콰르텟’이 뽑혔다. 연말인 12월 9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이들은 ‘실내악의 성서’라 불리는 베토벤 현악 4중주 6ㆍ11ㆍ14번을 연주한다. 작곡 당시 연주자들이 너무 어려워한 곡으로 베토벤 스스로도 “후대를 위한 곡”이라 했었다.

오케스트라는 8월 28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릴 지휘자 정명훈과 KBS교향악단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교향곡 제6번 ‘전원’이 뽑혔다. 피아노 협주자는 세계적 피아니스트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다.

독특한 무대로는 ‘에그몬트’ 공연이 있다. 독일의 문호 괴테가 쓴 희곡을 위해 베토벤이 쓴 곡으로 5월 10, 11일 롯데콘서트홀에서는 영국 오케스트라 ‘로열 노던 신포니아’가 전곡을 연주한다. 6월 9일엔 독일의 ‘본 베토벤 오케스트라’가 예술의전당에서 에그몬트 서곡을 연주한다. 백건우와 함께 피아노 협주곡 4번도 선보인다.

루트비히 판 베토벤. 한국일보 자료사진
루트비히 판 베토벤. 한국일보 자료사진

 ◇변치 않는 베토벤의 매력은 

베토벤 음악이 지금도 계속 인기가 있는 이유는 뭘까. 일단 쉽다. 황장원 평론가는 “음악 자체가 강렬해서 별 다른 설명 없이도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고 말했다. 동시에 듣는 이에게 힘을 불어넣어준다. 류태형 평론가는 “베토벤 음악에는 ‘암흑’에서 ‘광명’으로 넘어가는 모티프가 있기 때문에 듣다 보면 힘든 상황에서도 삶을 되돌아 볼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베토벤 정신도 되새길만하다. 황장원 평론가는 “나폴레옹 전쟁 등 혼란기를 살았던 베토벤이 외쳤던 인류 화합의 메시지는 지금 이 시대에도 유효하다”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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