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취학 아동들에 잔인한 영상 보여준 원어민 강사
‘엽기 수업’ 이유가 “사람 먹을 수 있나요? 질문에...”
아동 학대라고 생각도 못 한 듯
허술한 강사 자질 검증 논란 부모들 "허용 요건 강화해야"
게티이미지뱅크

원어민 영어 강사가 아직 초등학교에 입학도 하지 않은 어린 아이들에게 인육 관련 동영상을 보여주는 엽기적 사건이 발생했다. 불량 외국인 강사들에 대한 검증체계 허점이 드러나면서 학부모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경찰은 자세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세종경찰서는 아동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캐나다 국적의 여성 원어민 강사 A씨(20대 중반)를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12일 밝혔다.

A씨는 지난 8일 자신이 근무하는 세종시 신도심 한 어학원에서 6~7살 아동 8~9명에게 강의도중 인육 관련 유튜브 동영상을 보여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당초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기각되자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A씨가 인터넷을 찾아 보여준 동영상은 4분 정도 분량으로, 특정 기구를 이용한 인육 훼손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들은 동영상을 보고 두 손으로 눈을 가리고 머리를 감싸 쥐는 등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경찰에서 ‘아이들이 사람 고기를 먹을 수 있느냐’고 질문해 영상을 찾아 보여줬으며, ‘의도적인 것은 아니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인 아이들이 너무 어리고, 충격을 많이 받아 조사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A씨와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추가 조사를 벌여 정확한 경위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학원 관계자는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며 “이 강사는 작년 3월부터 아이들을 가르쳐 왔으며, 관련 규정에 따라 자격요건을 검증한 뒤 교육청 승인을 받아 채용했다”고 말했다. 외국인강사들은 성범죄, 아동학대, 약물(마약) 관련 범죄 및 투약여부 등에 문제가 없으면 교육청에서 승인을 내준다.

이 학원은 아동학대범죄 특례법상 아동학대 의심신고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 8일 사건이 발생하고, 학부모들이 경찰에 고소까지 했는데도 교육당국에 신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학원 관계자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있지 않느냐. 아동학대인지 최종 확인할 수 없어 신고를 하지 않았던 것”이라며 “13일 신고를 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세종시 학부모들은 엽기적인 사건에 불안감을 호소했다.

5살 아들을 키우는 세종시 한 국책연구원 김모(36ㆍ여)씨는 “끔찍한 아동학대다. 세종에 원어민 수업 학원이 많지 않아 그런 곳이 인기가 많다”며 “차라리 화상영어를 하는 게 낫겠다”고 격앙됐다. 세종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김모(36·여)씨는 “영어학원 불안해서 못보내겠다”며 “해당 학원정보를 공개하고 외국인강사 허용요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영상을 본 아이들의 심리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순천향대천안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심세훈 전문의는 “아이들이 그런 걸 물어봤더라도 보여준 것은 교육적 행동이 아닌 공격적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무서워하고 무기력해지고 나가기 싫어하는 반응이 나올 수 있으며, 이는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해주는 일반화 및 안정화 대처가 필요하다”며 “아이들이 자신이 보여달랬다며 죄책감에 빠지거나 우울증이 발생할 수 있어 지속적인 관찰과 상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은 “시각적 자극에 인간이 감당 못하는 나이가 있다. 절대 경험해선 안되는 것”이라며 “무의식에 공포가 자리잡아 나중에라도 다른 증상이 발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찰 및 교육청 관계자는 “미취학 아동의 심리치료는 보호자 의견을 최대한 청취해 판단하는데 일단 부모들이 자체적으로 한다고 해 지켜보고 있다”며 “요청이 있으면 기관 연계 등을 통해 심리치료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일로 혐오스러운 동영상이 무방비로 열려있다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아이들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인육 관련 동영상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에서 관련 내용을 검색하면 어렵지 않게 해당 영상을 찾을 수 있다. 인육과 관련한 충격적인 사진ㆍ영상이 수십 건씩 나오지만, 성인인증 등 별도의 절차 없이 접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세종=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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