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이 이른 새벽 운동장을 달리며 훈련하고 있다. 진천=고영권 기자

진천선수촌의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는 건 간절함이다. 올림픽의 시간이 바짝 다가오며 선수들의 입은 바싹 타들어 간다. 주말 외출 외박 대신 개인훈련을 하는 이들이 늘고, 사소한 성가심이나 통증에도 매우 민감해한다. 한창 올림픽 출전권을 놓고 겨루는 중이라 긴장감은 더하다.

올림픽이 7월 24일부터 8월 9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열린다. 일본은 이 올림픽을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으로부터의 완전한 재건과 부흥을 보여주는 무대로 삼고 싶어한다. 지구촌 축제에 잡음도 많다. 도쿄올림픽 조직위는 원전사고 피해지에서 야구를 하겠다고 고집하고, 후쿠시마산 식자재를 선수촌에 공급하겠다고 강짜를 부린다. 한때 보이콧 논란도 일었다. 강제 징용 배상 판결에 반발해 일본 정부가 경제보복을 취했을 때다. 하지만 선수들은 아무리 한일 관계가 나쁘고, 방사능이 위험하다 해도 보이콧 논란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 동안의 준비가 단순한 시간상의 4년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인생 거의 모든 걸 걸었던 간절한 4년이었다.

한여름에 펼쳐질 스포츠 제전이 이제 반년 남았다. 올림픽 3연패를 이룬 진종오는 도쿄에서 유종의 미를 꿈꾸고, 세계 최강 여자골프는 올림픽 2회 연속 금메달에 도전한다. 아버지 여홍철에 이어 2대째 올림픽 출전을 예고한 도마 요정 여서정, 한국 수영의 기대주 김서영 또한 의미 있는 여정에 나선다. 메달 유망주만의 대회가 아니다. 국내에 럭비가 도입된 이후 96년만에 처음 올림픽 무대에 오르는 럭비 7인제 팀은 내딛는 걸음걸음이 새 역사가 된다.

한국 선수단의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는 걱정도 많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이제 메달의 색깔과 수보다 경기 자체를 즐길 자세가 돼있다. 금보다 값진 은메달과 동메달이 있다는 것을 알고, 메달이 아니라도 올림픽을 즐길 만큼 성숙했다. IOC는 공식적으로 국가별 메달 순위를 집계하지 않는다. 올림픽은 각 선수의 성취를 겨루는 무대이지 국가별 경쟁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메달 순위는 각 국가와 언론들이 자체적으로 매기는 것이다.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구경하기 위해 모인 자리다. 살육의 전쟁을 멈추고 상대를 찌르던 창으로 대신 멀리던지기를 겨루자던 평화의 제전이 올림픽이다. 인생을 걸고 덤빈 선수들이지만 승자는 패자를 다독일 것이고, 패자는 승자에 진심 어린 웃음으로 축하를 보낼 것이다. 그 훈훈한 미소에서 우리들은 함께 위로 받을 것이다.

4년을 기다린 또 다른 국가적 행사가 있다. 하계올림픽이 열리는 해 4월이면 꼬박꼬박 찾아오는 총선이다. 벌써 거리 곳곳에 현수막이 펄럭이고, 버스정류장엔 후보자들이 명함을 돌리느라 분주하다. 그들은 사즉생의 각오로 나선다지만 유권자들이 보기엔 그리 마땅치 않다.

그간의 선거에서 ‘최선’을 선택해본 적이 얼마나 있었는지. ‘최고’를 가리는 올림픽과 달리, ‘최악’과 ‘차악’을 가리는 게 대부분의 선거였다. 유권자는 울며 겨자 먹기로 차선 아니면 차악을 선택한 것인데, 정작 뽑힌 당사자들은 자신들이 정말 최고인양 바로 군림하려 든다.

총선은 특히나 정책대결 보다는 선거공학이 효과적이고, 개인의 능력보다는 바람에 좌지우지 돼왔다. 이번에도 막판 바람을 타지 못한 측에선 흑색선전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막장의 선거판을 모른 체 하자니 최악들만 당선되는 것 아닌가 겁이 난다. 우린 식물국회도 모자라 동물국회로 만든 20대 국회를 경험하고 있지 않은가. 치미는 분노를 삭이며 ‘정치에 참여하지 않은 벌 중 하나는 자신보다 저급한 이들의 지배를 받는 일’ 이라는 플라톤의 경구를 곱씹어 본다.

정치에 감동 같은 건 바라지 않지만, 최소한의 페어플레이도 기대해볼 순 없는 걸까.

이성원 스포츠부장 sung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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