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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진중권, 척후인가 전향인가

입력
2020.01.12 18:00
수정
2020.01.13 16:3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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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왼쪽부터) 전 정의당 의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지난 2015년 4월 20일 팟캐스트 '노유진의 정치카페'로 인기를 끌 무렵 교보문고 '작가와의 만남' 인터뷰를 하던 모습. 교보문고 북뉴스 홈페이지
노회찬(왼쪽부터) 전 정의당 의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지난 2015년 4월 20일 팟캐스트 '노유진의 정치카페'로 인기를 끌 무렵 교보문고 '작가와의 만남' 인터뷰를 하던 모습. 교보문고 북뉴스 홈페이지

진보 논객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최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결별했다. 2014년 정의당의 인기 팟캐스트 ‘노유진의 정치카페’를 진행하며 찰떡 궁합을 자랑했던 3총사 가운데 노회찬 의원이 2년 전 안타깝게 세상을 등지더니 최근 유 이사장이 노선 차이를 이유로 작별을 선언했다. 조국 사태를 다루는 과정에서 ‘태극기 부대’와 ‘조국기 부대’ 비판의 대척점에 섰던 두 사람은 급기야 서로에게 “논리적 사고력의 감퇴 자가진단” “망상과 확증편향 점검”을 공개 요구하기에 이르렀으니 ‘눈물없는 이별’은 시간문제였다

□ 진중권이 진보 진영의 위선을 까발리는 저격수를 자임하자 보수 진영 일각에서 한때 영입설이 나돈 모양이다. 새보수당의 이준석이 “자기네끼리 모여앉아 부흥회하는 꼴보수들은 부끄러운 줄 알라”고 호통쳤다. “(지식인으로서 역풍을 감수하며) 비문명과 비논리, 비상식과 싸우는 진중권을 진영 프레임으로 매도하지 말라”는 것이다. 유시민도 “진중권은 자신의 기질대로, 가장 그답게 싸우는 것이지, 누구처럼 전향한 것은 아니다”고 거들었다.

□ 진중권의 생각은 지난해 11월 그가 ‘미학스캔들’를 펴내며 한국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유추할 수 있다. 여기서 그는 두 가지 논점을 제시했다. 하나는 과거 보수가 반공전사로 또 산업전사로 한국사회의 주요한 서사를 지닌 주류였으나 태극기부대에 끌려다니다 이젠 비주류로 전락했고 그 자리를 진보가 차지했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지식인은 어떤 문제의 위험을 경고하는 사회의 ‘척후병’인데, 진보 지식인들이 이를 망각한 채 조국기부대에 발목 잡혀 문화선동대 노릇만 하다 보수의 기습과 매복에 당했다는 것이다. 요약하면 한국사회 주류가 된 진보는 그것에 걸맞은 책임감을 가져야한다는 것일 게다.

□ 그가 밤낮으로 날리는 독설도 진보 재건을 위한 ‘척후병’의 고언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보기에는 말이 너무 튄다. 윤석열 사단을 도려낸 검찰인사를 꼬집은 “친문 양아치의 개그”, “촛불 사기 민주당” “대통령이 창작한 부조리극” 등이 그렇다. 심지어 말이 바뀐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세상에서 가장 가증스러운 것이 위선”이라고도 했다. ‘망나니 칼춤’ ‘무도한 대학살’ ‘사화에 가까운 숙청’ 이라고 맹폭한 한국당보다 결코 덜하지 않다. 그제는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탈당계 처리 소식과 함께 그의 ‘좌충우돌’을 염려하자 “정의당 감사패를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응수했다. 또 문희상 국회의장 아들이 총선출마를 선언하자 ‘민주화세력의 특권세습’이란 굴레를 씌웠다. 동시에 그는 ‘빨갱이’를 자처하며 보수좌빨을 맹폭했다 그는 척후인가, 전향인가.

이유식 논설고문 jtino57@hankookil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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