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쇼트트랙 간판 최민정(22ㆍ성남시청)이 드디어 ‘금빛 질주’에 시동을 걸었다.
최민정은 12일(한국시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4대륙선수권대회 여자 1,500m와 500m에서 모두 우승했다. 2019~20시즌 부상 및 체력 저하로 국제대회에서 ‘노골드’로 침묵했던 최민정은 이날 특유의 폭발적인 아웃코스 질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 시즌 최민정이 국제대회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수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ISU 월드컵 1차 대회부터 4차 대회까지 개인전 전 종목에서 우승에 실패했다. 3차 월드컵 2,000m 혼성 계주 우승이 최민정의 올 시즌 유일한 금메달이었다.
최민정은 그러나 유럽 국가를 제외한 아시아, 아메리카,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4대륙 국가대표 선수들이 출전하는 이번 대회 1,500m 결승에서 진가를 보였다. 레이스 중반까지 체력을 아끼던 최민정은 마지막 4바퀴를 남기고 자신의 장기인 ‘아웃코스 폭풍 질주’로 단숨에 선두로 치고 나갔다. 이후 선두를 뺏기지 않고 2분41초270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레이스 내내 선두에서 경기를 이끌었던 서휘민(18ㆍ평촌고)은 은메달을 차지했다.
이어 열린 500m에선 더욱 짜릿한 역전극을 역전했다. 스타트가 늦는 바람에 4명의 출전 선수 가운데 최하위로 레이스를 시작했고, 마지막 1바퀴를 남겨둘 때까지 4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마지막 바퀴에서 속도를 늦추지 않고 아웃코스로 빠져나가 역주를 펼치며 앞선 3명을 모두 제쳤다. 결승선을 통과한 기록은 43초684로 가장 빨랐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2관왕에 빛나는 최민정은 2019~20시즌처럼 긴 슬럼프에 빠진 적이 없었지만 마침내 4대륙선수권 초대 대회에서 정상의 자리를 되찾았다.
최민정은 “그 동안 만족할만한 성적을 내지 못했는데, 한인분들이 (현장에서) 많이 응원해줘 큰 힘이 됐다”며 “현재 70% 정도 경기력을 회복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올라오고 있는 컨디션을 잘 유지해서 남은 경기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최민정은 13일 여자 1,000m와 계주 종목에서 추가 메달을 노린다.
남자부 황대헌(21ㆍ한국체대) 역시 2개 종목을 석권했다. 황대헌은 남자 1,500m 결승에서 2분21초140으로 우승했다. 결승에 진출한 박지원(성남시청)과 김다겸(연세대)은 페널티를 받아 실격됐다. 한국계인 미국 대표팀 홍인석(미국명 토머스 인석 홍)은 동메달을 획득했다. 황대헌은 남자 500m 결승에서도 40초695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다겸은 3위를 차지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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