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관영 매체 “양안 관계 긴장 악용해 당선” 못마땅
이변은 없었다. 대만 유권자들은 한번 더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을 택했다. 중국에 맞서 독립을 외치고 민주주의 수호자를 자처한 강경 전략이 주효했다. 차이 총통이 11일 역대 최다 득표로 연임에 성공하면서 일국양제(一國兩制ㆍ한 국가 두 체제)를 앞세운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정치적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대만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99%를 개표한 오후10시12분(현지시간) 현재 민주진보당 차이 후보는 816만9,652표를 얻어 57.1%의 득표율을 올렸다. 총통 선거에서 810만표를 돌파한 건 사상 처음이다. 경쟁자인 중국국민당 후보 한궈위(韓國瑜) 가오슝(高雄) 시장은 552만1,483표(38.6%)에 그쳤다. 두 후보의 득표 격차는 264만표를 넘었다. 당초 민진당이 예상한 최대 득표 격차 300만표와 크게 다르지 않고, 지난달까지 공개된 여론조사에서 50%를 웃돌던 차이 총통의 지지율과도 엇비슷한 결과다. 여론조사 지지율 20%대 초반에 그쳤던 한 시장은 30%의 벽을 훌쩍 넘기긴 했지만, 선거운동 막판 타이베이(台北)와 가오슝(高雄) 등 대도시에서 ‘100만 동원령’을 내리며 대규모 집중유세로 분위기 반전을 노렸던 것에 비하면 이미 기울어진 판세를 뒤집기에 한참 역부족이었다.
차이 총통은 당선 확정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들은 누구에게 표를 행사했는지와 상관없이 민주주의의 가치를 보여준다”면서 “더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승리에 대해 생각해보겠다”고 밝혔다. 또 “우리의 주권과 민주주의가 큰 소리로 위협을 받을 때 우리 인민은 우리의 입장을 더욱 강하게 외친다”며 “매번 선거에서 대만인들은 전 세계에 우리가 얼마나 민주주의와 자유로운 삶, 우리나라를 소중히 여기는지 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 시장은 텃밭인 가오슝에서 무대에 올라 지지자들에게 “민주주의 여정을 함께한 것에 대해 고맙다”며 “차이 총통에게 방금 당선 축하 전화를 했고 선거 결과에 승복한다”고 밝혔다. 이어 “내 개인적인 노력으로는 부족했고 여러분의 모든 기대를 저버렸다”면서 “13일 가오슝으로 돌아가 업무에 복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3후보인 친민당 쑹추위(宋楚瑜)는 4.3%를 얻는데 그쳤다.
투표율은 75% 가량으로 잠정 집계됐다. 4년 전보다 9% 가량 오른 높은 수치다. 총통 선거 투표율은 2000년 82.6%로 정점을 찍은 이래 2004년 80.2%, 2008년 76.3%, 2012년 74.3%, 2016년 66.2%로 완연한 하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중국과의 관계 악화와 홍콩 시위에 따른 반작용이 겹쳐 민주와 자유를 갈망하는 30대 이하 젊은 유권자들을 투표소로 이끌면서 투표율을 견인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본토가 대만에 개입했다는 비난과 홍콩에서 지속되고 있는 시위 와중에 국가의 자주권과 민주주의, 대만과 중국의 관계가 이번 선거를 지배했다”고 평가하면서 “차이 총통의 재선으로 지난 2016년 이후 공식관계가 단절된 중국과 대만 사이에 긴장이 고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즉각 불편함 심기를 드러냈다. 관영 환구시보는 “차이잉원이 중국 위협론을 내세우고 한궈위 후보를 모함하는 전략을 사용했다”면서 “민진당은 매번 선거 때마다 양안 간 긴장 관계를 이용했다”고 비판했다.
타이베이=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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