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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화高 대학진학률 43%… 정부 ‘학벌사회 개선 의지’ 무색

입력
2020.01.14 04:4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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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의 탄생, 대치동 리포트] <5>대학 안 간 청년은 유령

취업률 55%, 그 중 52%가 비정규직… 서울 70개교 중 42곳 정원미달

서울시 특성화고 신입생 모집 현황. 그래픽=김대훈 기자
서울시 특성화고 신입생 모집 현황. 그래픽=김대훈 기자

정부는 직업계 고등학교를 육성해 학벌 중심 사회 구조를 바꿔 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지만, 이 같은 바람과는 달리 상당수 특성화고는 정원도 채우지 못 하는 실정이다.

2020학년도 서울시 소재 특성화고 신입생 모집 결과, 총 70개 학교 가운데 절반이 넘는 42개교가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인원 기준으로는 전체 정원 1만4,226명 중 1,592명이 충원되지 못했다. 앞서 미충원 학교는 △2016학년도 10개교(미충원 인원 99명) △2017학년도 16개교(546명) △2018학년도 44개교(2,079명) △2019학년도 38개교(1,709명)로, 최근 5년간 한 번도 정원을 채운 적이 없다.

수도권으로 범위를 넓혀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경기도의 미충원 학교는 △2016학년도 29개교(미충원 인원 966명) △2017학년도 31개교(945명) △2018학년도 60개교(2,580명) △2019학년도 57개교(2,799명) △2020학년도 48개교(1,801명)로 집계됐다.

인천시 역시 총 28개교 중 △2016학년도 2개교 △2017학년도 15개교 △2018학년도 6개교 △2019학년도 13개교 △2020학년도(총 27개교) 9개교 등이 정원을 못 채웠다.

특성화고의 인기가 시들해진 가장 큰 원인은 저조한 취업률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특성화고 취업률은 △2015년 72.2% △2016년 71.5% △2017년 74.9% △2018년 65.1%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경기침체 여파로 중소기업들이 고용을 축소하면서 54.6%까지 취업률이 곤두박질쳤다.

일자리 질이 떨어지는 것도 특성화고 진학을 기피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고졸 출신 직장인 754만여명 가운데 비정규직 인원은 389만여명(51.5%)으로 나타났다. 비율로 보면, 대졸 출신 비정규직(23.9%)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이처럼 특성화고의 이점이 두드러지지 않다 보니 취업 대신 대학 진학을 선택하는 재학생들이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성화고의 대학진학률은 △2015년 36.1% △2016년 35% △2017년 32.8% △2018년 36%로 꾸준히 30%대를 웃돌다가 지난해에는 42.5%까지 상승했다. 전문 직업인을 양성하겠다는 특성화고 설립 취지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서울시교육청은 특성화고 취업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개선책으로 2024년까지 10개교를 인공지능(AI)ㆍ빅데이터 고등학교로 전환한다는 방침이지만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은아 특성화고졸업생노조위원장은 “기존에도 산업 트렌드에 맞춰 자동차ㆍ레저 관련 학과를 육성한 적이 있는데 졸업생이 배출될 즈음에는 산업 동향이 바뀌어 막상 취업할 곳이 많지 않았다. 미래를 내다보고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성화고 출신 학생들의 사회적 차별을 없애고 현장실습생에 대한 부당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2017년 설립된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의 이상현 이사장 역시 “교육청 정책은 특정 분야를 전공한 소수 학생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라며 “기존 전공을 택한 다수의 학생을 포괄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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