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 중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면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및 기타무라 시게루(北村滋)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과 잠시(briefly) 만났다는 사실은 현지시간으로 9일 전해졌다. 이번 면담은 정 실장이 한미일 고위급 안보 협의를 하기 위해 백악관을 방문한 계기에 이뤄진 것으로 이례적인 일로 꼽힌다.
백악관 성명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과 한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가장 강력한 동맹들이라고 언급하며 미국이 양국과 공유하고 있는 지지와 깊은 우정에 대해 사의를 표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은 사전에 예정된 게 아니라 즉석에서 이뤄진 깜짝 만남이었다고 한다.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한미일 3자간 고위급 안보 협의가 열리던 도중 트럼프 대통령이 “좀 보자”는 메시지를 전했고, 즉석에서 면담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특히 이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이라크 내 미군 기지 보복 공격에 대한 대국민 연설을 하는 등 중요한 일정들을 소화한 상황인 만큼 이례적인 만남으로 풀이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과 정 실장의 별도 만남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정 실장, 기타무라 국장의 고위급 협의에서 북한 문제, 동맹 간 협력 방안, 최근 이란 사태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만큼 트럼프 대통령과도 이와 관련한 대화가 오갔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 실장과 북한 관련 상황을 공유하면서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을 억제하고 북한을 다시 대화에 임하게 할 해법을 논의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구체적 메시지가 정 실장을 통해 전달됐을지 여부도 관심사다. 또한 미ㆍ이란 간 긴장 상황에서 이뤄진 면담인 만큼 한국군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둘러싼 논의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다.
정 실장은 외교ㆍ안보 현안 협의 차원에서 여러 차례 미국을 방문했으나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 사실이 백악관 발표를 통해 알려진 건, 2018년 3월 서훈 국정원장과 방북 특사단 자격으로 백악관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북미 정상 간 만남 희망 의사를 전달한 이후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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