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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경쟁ㆍ압박 내면화…개인 선택 높여주는 사회로 변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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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경쟁ㆍ압박 내면화…개인 선택 높여주는 사회로 변화를”

입력
2020.01.11 04:4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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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Z세대, 넌 누구니?] <5·끝> ‘Z세대 폭풍’ 체크 리스트… 전문가 대담 

조준모(왼쪽)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와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가 지난 6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 회의실에서 Z세대의 인식과 가치관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박형기 인턴기자
조준모(왼쪽)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와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가 지난 6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 회의실에서 Z세대의 인식과 가치관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박형기 인턴기자

디지털 시대의 신인류로 불리는 Z세대는 곧 우리사회의 주역이 된다. 고작 10년 뒤의 미래지만 기성세대는 그들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 고민은 무엇인지 별 관심이 없다. 세상을 들여다보는 ‘창’ 자체가 다른데도 일부 특징을 앞세워 ‘자기 중심적’이란 식으로 일반화하기 일쑤다.

지난 6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에서 Z세대를 주제로 대담을 나눈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와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입을 모아 “그들이 느끼는 절박감에 대해 정부와 정치권이 경각심을 갖고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체적인 삶에 가치를 두는 Z세대의 ‘인생 선택지’를 넓혀주는 방향으로 결혼을 비롯한 각종 사회제도를 바꿔나가야 한다는 것도 공통된 의견이었다.

 결혼ㆍ출산 꺼리는 Z세대 

-본보의 ‘Z세대 인식조사’에서 65%가 결혼을 안 해도 된다고 답했고, 74%는 자녀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신경아 교수(이하 ‘신’)=최근 사회 변화상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다. 중요한 건 왜 이런 현상이 Z세대에게 두드러지는지 분석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원인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우선 현실을 암울하게 보는 Z세대의 인식이 투영됐다. 살아남는 것 자체가 힘든 생존의 시대인데 무슨 결혼을 하고 애를 낳느냐는 거다. 또 하나는 본인의 주체적 삶을 더 우선하는 태도다. 기존 규범이나 제도를 당연한 걸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만 이런 인식을 부정적으로만 해석할 필요는 없다.

조준모 교수(이하 ‘조’)=Z세대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은 곧 우리의 미래를 예상해 본다는 얘기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그들의 인식이 사회에 상당한 영향을 줄 거다. 단적으로 우리는 최악의 저출산 국가인데, 앞으로의 인구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헬조선’은 청년들이 살기 힘들고 희망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는데 헬조선보다 더 무서운 건 아예 사람 자체가 없는 ‘경제 사막화’다. 기성세대가 경각심을 갖고 살펴야 한다.

신경아 한림대 교수가 지난 6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 회의실에서 Z세대가 결혼과 출산을 거부하는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형기 인턴기자
신경아 한림대 교수가 지난 6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 회의실에서 Z세대가 결혼과 출산을 거부하는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형기 인턴기자

-Z세대 남녀 간에도 차이가 크다. 여성은 더욱 결혼과 출산을 꺼리고 있다.

신=2018년은 미투(#MeToo)의 해였다. 여성이 변화를 주도했다. 여러 여성이 용기를 내 문제를 제기했고, 거기에 다수가 공감하면서 사회 변화를 이끌어냈다. 여성들 사이에 더는 규범적 의무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인식이 미투 운동을 계기로 크게 늘었는데, 이런 측면이 반영된 것 같다. 결혼과 출산에 대해 여성의 책임감이 강조됐지만 그 같은 인식이 점점 깨지는 거다. 육아에서도 주로 여성의 의무로 여겨진 돌봄의 문제를 앞으로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굉장히 중요한 화두가 될 거다.

조=출산과 육아는 부부 공동의 책임이다. 하지만 우리사회에선 여전히 여성이 감당해야 할 몫으로 인식한다. 모성에만 페널티가 있는 셈이다. 예를 들면 출산 후 낮은 직장 복귀율, 복귀를 해도 근속 연수가 짧아지는 문제, 자신이 원하는 직무를 맡지 못하는 사례 등이다. 법과 제도와는 별개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지금보다 더 커질 필요가 있다.

 동거 커플도 정부 정책 대상에 포함시켜야 

-Z세대의 인식에 기초해 대안을 찾는다면.

신=선진국에선 30~40년 전 이미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경향이 나타났다. 어찌 보면 당연한 변화로 볼 수 있다. 한국일보 인식조사 결과 Z세대는 결혼이나 출산은 거부해도 동거는 70% 이상이 동의한다. 동성결혼도 46%가 찬성이고. 현재의 결혼이나 가족 제도에 부정적인 것일 뿐 연인 간의 자유로운 결합을 부정하는 건 아니다. 우리 사회도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각종 제도를 바꿔나가야 한다. 지금은 신혼부부가 아닌 사실혼 관계의 동거 커플은 주택 특별공급을 못 받는다. 또 결혼을 해도 원가족과 거리를 두는 식의 혁명적 인식변화가 필요하다. 더는 시집이나 처갓집 식구 챙기느라 시달리지 말자는 얘기다.

조=이전 세대까지 결혼이나 출산은 인생의 자연스러운 과정이었지만 Z세대는 다르다. 나의 행복과 미래에 도움이 되는지 따져보고 선택한다. 자녀에게 ‘최저 행복’을 보장할 수 없다면 결혼을 하지 말고 애도 낳지 말자고 생각한다. 현재의 정부 정책은 이들에게 별 도움이 못 된다. Z세대의 가치관이 어떤지를 제대로 이해해야 하는데, 이해도가 떨어지는 베이비부머(1950~60년생) 세대 고위 관료나 정치인이 결혼ㆍ출산 정책을 짠다. 그렇게 설계한 정책이 Z세대의 인식에 얼마나 들어맞는지 누구도 따져보지 않는다. 단순히 보조금이나 경제적 인센티브만 내밀어선 절대 공감을 못 얻는다.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정책 패러다임을 뒤집어야 한다.

 ‘한국은 헬조선’…기성세대의 책임 

-Z세대 10명 중 7명은 ‘한국은 헬조선’에 동의한다. X세대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비율이다.

신=Z세대는 그야말로 경쟁과 압박이 내면화된 세대다. 부모 세대보다 그 정도가 훨씬 높다. 물론 경쟁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경쟁을 통해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도 있다. 다만 Z세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일보 조사에서도 ‘열심히 노력하면 계층상승이 가능하다’고 응답한 Z세대는 22%에 불과했다. 사회 구조적으로 계층이동이 거의 막혀있다고 보는 거다. 여기에 Z세대는 IMF 구제금융 사태 전후로 태어났다. 이전 세대처럼 고도성장을 경험하지 못했다. 젊은 시절 내내 경쟁에 시달리는 Z세대의 눈엔 사회가 합리적으로 보이지 않을 것이다. 정치권과 관료사회, 나아가 기성세대 전체의 책임이 크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가 지난 6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 회의실에서 Z세대가 한국을 헬조선이라 부르는 이유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박형기 인턴기자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가 지난 6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 회의실에서 Z세대가 한국을 헬조선이라 부르는 이유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박형기 인턴기자

조=기성세대 책임이라는 데 공감한다. 노동시장에 대한 불만이 특히 클 거라 본다. 노동시장은 노조가 잘 갖춰진 정규직 시장과 무노조ㆍ비정규직 두 층으로 나뉘어 있는데, 정규직 시장은 이미 선배 세대들이 차지했다. 청년들은 노력해도 핵심 노동시장으로 진입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도 기성세대는 청년들 눈높이가 높다고 타박을 준다. 능력은 뛰어나도 당장 먹고 살려면 눈높이를 낮춰야 하는 현실에 좌절감을 느끼는 거다. 부모 세대 역시 치열하게 살았다고 하지만 Z세대에는 ‘평생을 이렇게 치열하게 살아야 할 지 모른다’는 피해의식이 있다.

-본보의 Z세대 인터뷰에서도 눈높이를 낮춰 직장을 구하라는 기성세대의 조언이나 보조금으로 중소기업 취업을 유도하는 정책에 대한 반감이 컸다.

신=노르딕 국가는 중소기업과 대기업 격차가 크지 않다. 덴마크의 경우 인구의 대부분이 5인 이하 기업에서 일하지만 임금수준이 높다. 우리도 기업 간 격차를 줄이려 노력하지만 더딘 게 사실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가 큰데 보조금 등으로 중소기업 취업을 유도하는 건 와 닿지 않을 거다. 오히려 모욕으로 여길 수도 있다. 정부가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충분히 보여줘야 한다.

조=공무원 입장에선 중소기업의 빈자리를 구직에 목매는 청년으로 채우면 기업과 청년 모두 윈윈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지극히 공무원 마인드다. 여기에는 Z세대의 자아라는 개념이 빠져 있다. 호봉제 같은 임금 체계는 베이비붐 세대가 겪은 압축 성장의 유물이다. 새로운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

 ‘통일은 내 삶에 크게 도움 안 된다’는 Z세대 

-Z세대는 남북통일에 찬성하는 비율(36%)이 X세대(46%)보다 낮았다.

신=Z세대는 공동체, 한민족 이런 개념에 큰 가치를 두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솔직한 거다. 난민 문제도 마찬가지다. 포용할 사회 시스템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는데 인류애만 내세워 난민을 받아들이자는 시각엔 반대하는 것이다.

조=과거에는 전체를 위해 개인이 희생하는 걸 당연하게 여겼다. Z세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한달 전 정부가 갑자기 남북 단일팀을 구성한 걸 두고 젊은층은 불공정한 처사라는 불만을 쏟아냈는데 여기서도 Z세대의 인식을 읽을 수 있다. 남북 평화를 위해 개인이 좀 희생해야 한다면 아마 부모 세대는 따르겠지만 Z세대는 납득 못할 것이다. 공정하지 않다고 보는 거다. 통일도 마찬가지다. 막연하게 통일을 해야 한다는 당위가 아니라 정말 통일이 내게 도움이 되는지 따진다. ‘평화공동체’ 같은 슬로건이 얼마나 공감을 줄지 의문이다.

-정부나 정치권은 청년이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하는데 정작 청년층은 체감을 못하는 것 같다. 무엇이 문제일까.

신=온전히 Z세대에만 나타나는 특징이라고 볼 순 없겠지만 젊은층 중심으로 변화가 시작되고 있는 건 분명하다. 젠더 개념을 예로 들면 20대는 이전 세대와는 전혀 다른 젠더 규범을 가졌다. 또 한국사회는 차별이나 격차에 다소 둔감한 편이었는데 이들은 아주 민감하다. 사회 전체적으로 경쟁의 압력은 줄이고 개인의 선택 가능성을 높이는 식으로 사회 제도 전반이 개편돼야 한다.

조=기업문화와 소통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기성세대는 소통한다고 카카오톡 대화방부터 만든다. 젊은 직원들 죄다 불러서 격려한다고 이모티콘 막 날린다. 즉흥적으로 약속도 잡는다. 사회 초년생들은 이런 거 정말 싫어한다. 자아실현을 하려면 예측 가능성이 중요한데 그걸 깡그리 무시하는 거다. 지난해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됐다. 기업 스스로 다양성을 존중하고 수평적 조직 문화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외국 대기업엔 ‘다양성 책임자’(Chief Diversity Officer)가 있다. 일종의 소통 책임자인데 우리에겐 생소하다. 기업은 모든 세대가 같이 일하는 곳이다. 연령별 대립이 아닌 서로 존중하는 그런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신경아 교수

1960년 서울 출생으로 서울대 영어교육과를 졸업한 뒤 서강대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여 년간 가족 젠더(gender) 노동사회학을 연구했다. 서울시 성별임금격차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조준모 교수

1962년 서울 출생으로 연세대 경제학과를 나온 뒤 미국 시카코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노동경제학회장, 한국노사관계학회장 등을 역임한 노동경제학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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