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업계 1위를 구가했던 미국의 음식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업체 ‘그럽허브’가 과열된 시장 경쟁을 견디지 못하고 매각까지 고려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글로벌 배달앱 시장은 가파른 성장세이지만, 신규 업체들이 물밀듯이 쏟아지면서 ‘레드오션’으로 변하고 있다. 최근 국내 토종기업 ‘배달의 민족’이 경쟁 기업들의 거센 도전에 직면해 독일 기업에 매각을 결정한 데에서 보듯 전 세계 배달앱 시장 재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간) 내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그럽허브가 재무 전문가들을 선임해 매각이나 인수를 포함한 다양한 전략적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카고에 기반을 둔 그럽허브는 2004년 창업해 2014년 상장한 음식 배달업체다. 불과 1년여 전만 해도 시가총액이 130억달러(약 16조원)까지 치솟았지만,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현재는 3분의 1 수준인 45억달러로 폭락한 상태다.
그 결과 지난해 초만 해도 미국 시장에서 선두를 내달렸지만 최근 경쟁사에 밀려났다. 미국 리서치업체 ‘세컨드 메져’에 따르면 그럽허브는 지난해 4월 기준으로 시장점유율 1위(32%)였지만, 같은 해 11월에는 30%로 2%포인트 하락하면서 도어대시(37%)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이와 관련, WSJ는 “신규 업체들이 고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할인과 홍보에 열을 올리면서 시장 경쟁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럽허브가 실제로 매각을 추진할 경우 유력한 매수 후보로는 경쟁사인 도어대시와 포스트메이츠, 우버이츠 등이 거론된다. 특히 기업공개(IPO)를 하지 않은 도어대시나 포스트메이츠로서는 상장사인 그럽허브와의 합병이 좋은 상장 전략일 수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미국 배달앱 시장이 이미 과포화 상태임을 들어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메이저 2개 업체 정도로 시장이 재편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프로스트 앤 설리번에 따르면 2018년 약 820억달러 규모였던 전 세계 음식 배달앱 시장은 오는 2025년에는 배가 넘는 2,000억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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