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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 파기환송에…靑, 울 수도 없고 웃을 수도 없고

입력
2020.01.09 18:10
수정
2020.01.09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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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봉투 만찬’ 이어 줄줄이 무죄에 언짢은 심기

추미애 ‘인사권 남용’ 논란에서는 자유로워지나

추미애 법무부 장관. 홍인기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 홍인기 기자

대법원이 9일 후배 검사를 성추행하고 이를 은폐하려 보복 인사를 했다는 혐의로 2심까지 유죄 선고를 받았던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을 내리면서 청와대의 속내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취임 후 단행한 첫 검찰 인사에서 ‘현 정권 수사에 대한 보복 인사’라며 일고 있는 직권남용 논란과 공교롭게도 맞물리면서다.

안 전 국장은 2018년 서지현 당시 통영지청 검사의 폭로 후 인사권을 남용했다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2심까지 징역 2년의 유죄 판단을 받았지만 대법원은 이날 다시 판단하라며 하급심에 돌려보냈다. 인사권자의 재량을 넓게 인정하고, 이에 따른 결정이 기준 또는 절차를 위반해 하급자에게 ‘법령상 의무없는 일’을 하도록 한 것이 아니라면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앞서 이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같은 해 청와대 수석ㆍ보좌관 회의에서 “법질서를 수호해야 할 검찰 조직에서 상급자에 의한 성추행이 발생했는데도 사실 조사 및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피해자에게 보복 차원의 부당한 인사조치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는 점에서 결코 묵과할 수 없는 매우 엄중한 사안”이라 강조한 바 있다.

안 전 국장은 정권 초기 이른바 ‘돈봉투 만찬’ 의혹으로 당시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함께 문 대통령이 직접 감찰을 지시하는 등 청와대 눈 밖에 난 인물이기도 하다. 정권의 제 1공약이었던 검찰개혁 당위를 주장하는데 여러 차례 불려 나온 셈이다.

그러나 부정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 ‘돈봉투 만찬’ 사건은 결국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감찰 지시 직후 문 대통령이 이들이 제출한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고 법무부가 결국 면직 처분한 것 역시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을 받았다. 이에 더해 정권 초기 미투 운동 여론으로 대통령과 여당이 나서 힘을 실어준 이번 사건에서도 무죄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심기가 언짢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추 장관 임명 직후 검찰 인사가 논란이 되고 있는 맥락에 이번 판결이 나오면서 청와대 입장에서는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법무부는 8일 고검장 및 검사장 32명에 대한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핵심 참모로 꼽히는 검사들은 대거 한직으로 좌천하고, 문재인 정부와 연이 있거나 법무부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식’ 검찰개혁에 일조한 검사들을 요직에 전진 배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박근혜ㆍ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에 이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를 지휘한 한동훈 대검 반부패ㆍ강력부장과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을 담당한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을 각기 부산고검 차장검사와 제주지검장으로 발령 낸 것이 대표적이다. 윤 총장과 ‘대윤(大尹)’ㆍ‘소윤(小尹)’으로 불리며 막역한 사이로 알려진 윤대진 수원지검장 또한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보임했다. 검찰 내에서는 “정권의 노골적인 보복인데 그간 살아있는 권력에 맞서 수사했다는 방증”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특히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과 관련해서는 추 장관도 의혹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 진행 중인 수사팀을 물갈이 한 것이 인사권을 이용한 공무집행방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명백한 보복인사이자 수사방해”라며 “추 장관을 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당장 형사고 발할 것”이라 밝혔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수사는 수사 결과로 말해지고 인사 또한 그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며 ‘검찰 수사 차질 우려’에 대해서는 “엄정한 법적 기준을 토대로 공정한 수사가 이뤄질 것이라 믿고 있다”고 입장을 냈다.

이번 인사를 두고 야당과 보수 진영에서는 “안태근은 유죄였는데 같은 논리라면 추 장관도 유죄 아니냐”는 공격을 폈다. 하지만 인사 하루 뒤인 이날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하면서 청와대로선 이런 논란을 잠재울 수 있게 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렇다고 안도할 상황은 아니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인사권자의 의사에 따른 실무자 업무 재량에 대해 판단한 안 전 국장 판결과는 달리, 추 장관은 명백히 수사방해를 하기 위해 본인의 직권을 남용해 업무를 방해한 사안이기에 성격 자체가 다르다”고 지적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도 “만약 수사팀을 와해시키기 위한 보복인사로 의도가 있다는 점이 입증되면 직권남용 성립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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