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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 위에 인사권… 적폐청산 공신들 줄줄이 토사구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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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 위에 인사권… 적폐청산 공신들 줄줄이 토사구팽

입력
2020.01.10 04:4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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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ㆍ이명박 구속한 한동훈, 국정원 선거개입 수사 박찬호 등 좌천 고배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연합뉴스

검찰의 대대적 물갈이 인사 이후 법조계에서는 “이번 정부서 정권에 칼을 겨누는 수사는 더 이상 없을 것”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 지휘에 따라 권력수사를 맡았던 지휘라인이 거의 좌천을 당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 등에서 권력수사 지휘라인을 문책했던 과거 사례까지 거론되면서 ‘검찰권보다 인사권이 강하다’는 뒷말도 나오고 있다. 특히 정부가 이른바 '적폐청산'에서 공을 세운 검사들마저 물갈이하자 ‘토사구팽’이 법조계에서 회자되고 있다.

윤석열 총장의 최측근이던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지난 정권을 겨냥한 적폐수사에서 ‘가장 잘 드는 칼’이란 평판을 받았다. 국정농단 특검에 이어 서울중앙지검 특수수사를 지휘하는 3차장검사로 승진한 뒤 박근혜ㆍ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을 구속하면서 얻은 명성이다.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를 이끌며 양 전 대법원장을 구속시킨 것도 한 검사장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를 지휘하면서부터 정권 눈밖에 났고, 이번 인사에서 부산고검 차장이라는 한직으로 물러나게 됐다.

제주지검장으로 좌천성 인사를 당한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도 적폐청산 수사의 일등공신이라는 평가 받는다. 국가정보원, 국군 기무사령부, 정보경찰 등 전 정부 시절 권력기관의 선거 개입이나 여론 공작 사건을 수사해 기소했다. 하지만 박 검사장이 문재인 청와대와 경찰이 함께 2018년 지방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기 시작하자, 청와대는 그를 제주지검으로 발령을 냈다.

권력을 겨냥한 수사를 가혹하게 응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하반기 검찰 인사에서도 살아있는 권력을 겨냥했던 검찰 라인이 일제히 좌천을 당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 직후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을 기소한 수사지휘라인 검사들은 모두 좌천인사를 당해 검찰을 떠났다. 권순철 당시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는 서울고검 검사로 전보됐다. 주진우 당시 부장검사는 대구지검 안동지청장으로 발령 난 뒤 검찰을 떠났다. 그는 “정도를 걷고 원칙에 충실하면 진정성을 알아줄 것이란 검사로서의 명예와 자긍심이 엷어졌고 공직관이 흔들려 검찰을 떠나게 됐다”는 말을 남겼다.

지난해 상반기 정국을 흔들었던 손혜원 의원 사건을 건드렸던 수사팀도 고배를 마셨다. 수사를 지휘했던 김범기 당시 서울남부지검 차장검사는 서울고검 형사부장으로 발령났다. 검사장 승진 대상인 26기지만 이번 인사에서도 승진에 실패했다.

정부는 보직상 검찰개혁 등 이슈에 대해 검찰 입장을 전하는 위치에 있던 이들도 칼같이 쳐냈다. 국정농단 사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직접 수사한 이원석 대검 기조부장은 이번 인사에서 수원고검 차장으로 물러났다. 앞선 인사에선 TV토론 등에 출연해 검경 수사권 조정안의 모순점을 지적했던 김웅 대검 미래기획단장은 법무연수원 교수로 좌천시켰다.

법조계에선 주요 피의자들이 구속되거나 아직 유무죄 판결이 나지 않은 사건 조차 수사를 문제 삼아 좌천성 인사를 내리는 것은 인사권 남용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정말 수사가 문제였다면 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린 뒤 인사고과를 거쳐 처리하면 된다”며 “의혹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인 수사마저 임의로 방해하는 것은 법치주의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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