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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칼끝 조준 방향 따라 ‘뒤집기 인사’… 비판론 고조

입력
2020.01.10 04:4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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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총장 내정 땐 극찬하더니 청와대 건드리자 태도 바뀌어

“민주화 세력, 민주주의 망가뜨려” 법조계, 보복 인사에 성토 봇물

청와대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청와대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법무부가 불과 5개월여 만에 윤석열 검찰에 대한 신임을 거두면서 ‘롤러코스터 검찰 인사’에 대한 비판론이 거세다. 적폐청산 성과에 대한 평가로 중용했던 ‘윤석열 사단’이 수사의 칼날을 돌려 청와대를 겨누자 사실상 ‘보복’인사를 단행한 것을 두고 ‘손바닥 뒤집기 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민주화 세력이 도리어 민주주의를 망가뜨리고 있다”는 비판론도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찰총장에 내정할 때만 해도 극찬 일색이었다. 문 대통령은 “탁월한 지도력과 개혁의지로 국정농단과 적폐청산 수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검찰 내부뿐 아니라 국민들의 두터운 신망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지명이유를 밝혔다. “윤 후보자가 아직 우리 사회에 남은 각종 부정부패를 뿌리뽑을 뿐만 아니라 검찰개혁과 조직쇄신 과제도 훌륭히 완수할 것을 기대한다”며 기대감을 표시했고, 한 달 뒤 윤 총장 취임식에서는 “청와대든 정부든 집권여당이든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엄정한 자세로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윤 총장에 대한 두터운 신뢰를 내비친 청와대는 이어진 검찰 고위급 인사에서 윤 총장과 함께 적폐청산을 이끌어온 ‘윤석열 사단’ 검사들을 대거 승진시켰다. 박근혜정부 시절 국정농단과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를 주도했던 한동훈(사법연수원 27기)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 검사장 승진과 더불어 대검 반부패ㆍ강력부장에 발탁된 게 대표적이다. 이두봉(25기)ㆍ박찬호(26시) 서울중앙지검 1ㆍ2차장도 각각 대검 과학수사부장과 대검 공공수사부장으로 승진했다. 당시 법무부는 “신임총장을 중심으로 검찰 지휘부를 조속히 개편해 조직 쇄신 및 활력을 도모하도록 새롭게 체제를 정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8일 검찰 고위급 인사를 통해 청와대와 법무부는 입장을 완전히 뒤집었다. 윤 총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던 이원석 대검 기획조정부장은 수원고검 차장으로, 한동훈 부장은 부산고검 차장으로, 박찬호 부장은 제주지검장으로 쫓겨났다. 이 과정에서 검사장급의 보직기한을 1년으로 하는 원칙은 무시됐다.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에 인사를 제청하기 전 총장과 협의해야 한다는 검찰청법 법개정 취지도 묵살됐다.

법무부는 ‘통상적인 정기 인사’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인사내용을 놓고 보면 권력수사를 강행한 윤 총장에 대한 불신임이라는 게 확연해 진다. 5개월 남짓 사이 달라진 게 있다면, 윤 총장이 적폐에 돌렸던 칼을 청와대로 돌렸다는 것뿐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에 따라 법조계에서는 ‘청와대가 입맛에 맞는 사람들만 기용하려다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준규 전 검찰총장은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개도국이나 독재국가에서도 이렇게는 안 한다”며 “민주화 세력이 민주주의를 망가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한 변호사는 “인사에 대한 정부의 동기가 선했다 하더라도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 피했어야 하는 게 맞다”며 “검찰이 어떤 수사를 하는지가 인사에 반영된다면 제대로 된 수사가 가능하겠느냐”고 개탄하기도 했다.

이례적인 인사인데다 위법성 논란까지 일고 있는 만큼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인사 배경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대통령이 최종적 인사권자이긴 하지만 그 권한 또한 헌법에 따라 국민이 투표를 통해 위임한 것”이라며 “불필요한 논란으로 국론분열을 초래하기 전에 청와대가 나서서 인사 배경과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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