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탄착 지점ㆍ시점 등 정교히… “자존심 살리면서 영리한 공격”
이란의 8일(현지시간) 이라크 내 미군기지 공격은 자존심을 살리되 전면전은 피한 ‘영리한 공격’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2인자를 폭사시킨 미군에 ‘피의 보복’을 하는 모양새를 보이면서도 미군의 인명피해가 없도록 공격 시점과 미사일 탄착지점 등을 절묘하게 계산했다는 것이다. 전면전을 감당하기 어려운 경제난을 의식해 스위스를 매개로 대미 접촉에 나선 정황도 드러났다.
미국 CNN방송은 이날 “이란의 공격은 미국인을 살해하도록 설계된 게 아니다”고 분석했다. 우선 공격 시점이 미군의 수면시간이란 점을 이유로 들었다. 미사일 폭발에 휘말려 기지 외부에 배치된 병력이 사망하거나 다치지 않도록 이동 병력이 최소화된 시점을 일부러 택했다는 것이다. 공격 직후 이란 국영TV의 “미군 80명이 숨졌다”는 전과 발표는 내부 결속을 위한 의도적인 ‘가짜 뉴스’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아델 압둘마흐디 이라크 임시총리도 성명에서 “자정 직후 이란으로부터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쿠드스군 사령관 암살에 대한 대응이 이라크 내 미군기지에 국한돼 시작됐거나 곧 시작될 것이라는 구두 메시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란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보복’ 지시에 따라 공격을 단행했지만 확전을 피하기 위해 정보를 흘렸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공격 직후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이 “비례적인 자위조치”라고 한 것도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스위스 채널’이 양국 간 대화를 중재한 정황도 포착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의 한 고위관계자를 인용해 “양국 모두 긴장 완화 의지를 가지고 밤새(overnight) 스위스 비공식 채널을 통해 급박한 메시지를 교환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밤새’의 정확한 시점을 알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란 미사일이 이라크 아인알아사드 공군기지 착탄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든 것이 잘 되고 있으며 내일 아침에 회견을 열 것”이라고 말한 점으로 미뤄 미사일 공격 이후 미국의 밤시간 동안 양국이 대화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자리프 장관은 9일 트위터에 “아름다운 군사장비들이 세상을 지배하지는 않는다”고 썼다. 수년간 지속된 미국의 제재로 경제 전반이 피폐해진 상황에서 미국과의 전면전에 돌입할 경우 괴멸적 타격이 불가피한 만큼 군사적 충돌을 피하려는 이란 정부의 의지로 읽힌다. 물론 미군의 강력함을 거듭 강조한 트럼프 대통령의 담화를 겨냥했다는 풀이도 나온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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