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다 “5일간 굶긴 후 얼음 밑으로 밀어 넣어”
아니다 “그런 논리면 모두 초식만 해야 하나”
산천어 살리기 운동본부가 강원 화천 산천어 축제는 동물학대에 해당한다며 최문순 화천군수를 검찰에 고발했다. 이를 두고 온라인에선 낚시는 학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과 잔혹한 방식은 동물보호법에 위배된다는 주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동물해방물결, 동물자유연대 등 11개 동물권 단체로 이뤄진 산천어 살리기 운동본부는 9일 한국프레스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맨손잡기’ 프로그램 등 산천어 축제에서 벌어지는 동물학대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산천어 축제는) 오로지 유흥과 오락을 위해 수십만의 생명이 단 몇 주 안에 죽어 나가는 해괴한 이벤트”라며 “축제라고 부르는 이 동물 지옥은 사실상 집단 폭력과 살상의 현장”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화천군에 동물을 학대하는 맨손잡기 프로그램을 즉시 중단하고 동물친화적인 축제로 전면 개편할 것으로 요구했다. 정부에도 전국 축제에 이용되는 동물의 학대 방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지키도록 관리 점검할 것을 촉구했다.
산천어 축제를 바라보는 누리꾼의 의견은 갈린다. 낚시 행위를 동물학대로 보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라는 입장도 있지만, 축제 진행 방식이 잔혹해 동물보호법 8조 ‘동물학대 등의 금지’ 규정에 저촉된다는 의견도 있다. 해당 규정은 공개된 장소에서 죽이거나 같은 종류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이는 행위, 도박ㆍ광고ㆍ오락ㆍ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는 금한다는 것이다.
몇몇 누리꾼들은 “(동물권 단체의) 그런 논리면 안 걸릴 것이 뭐가 있겠나. 국민 모두가 초식만 해야 한다”(ly****) “어선에서 그물로 물고기 잡는 건 동물학대 아니냐”(wo****)는 등 산천어 축제는 동물학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산천어축제를 이어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화천군 실제 가보면 아무 것도 없는 동네다. 이 축제 한 달해서 1년 내내 군민들이 겨우 먹고 산다”며 “좋은 아이디어 상품인데, 이런 주장이 납득이 되나”(ra****)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생태계를 파괴하는 학살이 아니라 식용 물고기를 사용하는 것이니 축제가 잘 진행됐으면 한다”(권****)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산천어를 잡는 과정이 지나치게 잔혹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누리꾼은 “화천군에서 생명체인 산천어를 ‘체험 도구’로 바라보는 것은 사실” (th****)이라며 체험의 방식을 일부 수정해 진행할 것을 제안했다. 다른 누리꾼은 “실제 축제를 가보면 물고기를 생명으로 보지 않는다. 아무리 대량 양식된 물고기라지만 끔찍하게 느껴지기도 한다”(hw****)고 말했다. 백성문 변호사는 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자연적 방법으로 잡는 것이 아니라, 산천어를 5일간 굶긴 후 (얼음) 밑으로 몰아넣는다”며 “굉장히 고통을 주는 방식이고, 동물보호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올해 산천어축제는 11일 개최 예정이었으나, 지난 6~8일 내린 비로 인해 잠정 연기하기로 했다. 주최 측은 “축제 장소로 밀려드는 물의 양과 탁도, 기상상황, 결빙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후 축제 날짜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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