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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위원장 “文정부 노동존중·소득주도성장은 속 빈 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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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위원장 “文정부 노동존중·소득주도성장은 속 빈 강정”

입력
2020.01.10 04: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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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명환 위원장 인터뷰 “톨게이트 수납원 고용 등 행정조치만으로 신뢰 회복 신호 가능”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8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위원장실에서 본보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8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위원장실에서 본보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사회적 대화 참여를 공약으로 내걸고 2018년 1월 출범한 김명환 위원장 체제에서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여전히 ‘장외’에 서 있다.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가 안건은 앞선 대의원대회에서 두 차례나 부결됐다. 그만큼 불신의 골이 깊다. 그런데 나아질 기미도 당장은 보이지 않는다.

김 위원장은 8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노동존중사회를 내건 문재인 정부의 노동 정책은 겉만 번드르르한 앙꼬(팥소) 없는 찐빵”이라며 “훼손된 신뢰를 회복할 정부의 시그널(신호)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의 대표 성장전략인 소득주도성장에 대해선 “노동정책 유연화로 온데 간데 없어졌다”고 날을 세웠다.

그렇다고 강경투쟁만 예고한 건 아니다.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 학습지 교사ㆍ택배 기사 등 특수고용직을 포함한 모든 노동자들의 노동권 확보”를 올해 최우선 과제로 제시한 그는 “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정부, 사용자 측과 적극 논의할 의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또 “정부가 무너진 신뢰를 되살리려는 신호를 보낸다면 자연스럽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경사노위 참여의 문도 완전히 걸어 잠그지는 않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조직화·정규직 전환 덕 ‘제1노총’으로 

-민주노총이 제1노총이 됐다. 조합원이 급격히 늘어난 이유는.

“촛불항쟁을 거치면서 많은 이가 모였을 때 권리의식이 확장되고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는 사업장에 적극 찾아가 각종 상담 등을 진행하면서 네트워크를 구축한 전략조직화 사업과 문재인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도 조합원이 증가하는데 영향을 줬다.”

-이번에 늘어난 조합원 다수가 비정규직과 청년, 여성 노동자다.

“민주노총은 그동안 대기업과 정규직, 남성 중심의 조직이었다. 올해 창립 25주년을 맞는 민주노총에서 여성 조합원은 28%, 비정규직 조합원은 30%이지만 지역본부장 16명 중 여성 본부장은 한 명도 없다. 그래서 정부 위원회에 참여하는 여성 간부 비율을 40%로 높이는 등 제도를 보완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사업 예산도 매년 늘리고 있다.”

-제1노총이 되면서 사회적 위상도 올라갔다. 올해 꼭 이루겠다는 사업이라면.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분신한 전태일 열사 50주년인 올해 민주노총의 화두는 노동기본권 확보다.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이 적용 안 되고 400만명의 특수고용직 역시 마찬가지다. 이를 위해선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2조를 고쳐야 한다. 진보정당에 한 목소리를 내달라고 요구할 생각이다.”

-법 개정을 위해선 정부 협조도 필요한데, 정부가 바라는 경사노위 참여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나.

“정부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추진하면서 경사노위 1기가 파행을 겪었다. 주52시간제의 본질을 훼손하는 정부 정책에 반감이 크고, 집행부도 그 부분을 부정할 수 없다. 이런 불신을 해소시킬 정부의 시그널이 없는 상황에서 오는 2월17일 대의원대회에 경사노위 참여를 안건으로 올렸다간 내부 논쟁이 또 다시 불붙으며 시간만 허비할 수 있다. 그래서 경사노위 이외에 이미 민주노총이 참여하고 있는 노ㆍ정, 노ㆍ사ㆍ정 협의체를 통해 실사구시적으로 급한 불부터 끄자는 것이다.”

 ◇주 52시간제 등 정책 목표 흐려져 문제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8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위원장실에서 본보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8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위원장실에서 본보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훼손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정부가 줄 수 있는 신호라면.

“톨게이트 수납원 고용,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 등 정부가 행정조치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정책과 관련해 느린 전환 속도나 자회사 중심의 전환 방식 역시 그런 부분(경사노위 참여)을 못하게 하는 장애물이다. 정부가 이를 풀려는 모습을 자연스레 보이면 (경사노위 참여도) 판단 가능하다고 본다.”

-올해 최저임금 결정은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우선 최저임금 상승을 악마화하는 프레임이 문제다. 최저임금 상승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란 인식을 바꿔야 한다. ‘최저임금=최저생계비’라는 인식을 확대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정부 재정만으론 소상공인들의 요구를 해소하는데 한계가 있다. 최저임금 노동자가 창출하는 이익을 갖고 가는 곳이 대기업 재벌이다. 이들에게 사회적 책임을 일정 부분 지우는 대책도 준비 중이다.”

-주52시간제가 안착됐다고 보나.

“주52시간제 적용 계도기간을 부여하는 등 정부 정책이 자꾸 유연화하고 있다. 장시간 노동은 과로사를 유발하고,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산재사망자 수가 최고라는 오명을 벗을 수 없다. 장시간 노동은 선을 확 긋고 떨어트리지 않으면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정부는 자꾸 현실적인 어려움을 들어 정책 목표를 흐리고 있다.”

-현 정부의 정책이 당초보다 역주행하고 있다는 건가.

“당장 정부가 내건 소득주도성장부터 온데 간데 없어졌다.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도 자회사 전환 방식으로 이뤄지면서 고용안정은 됐지만 처우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최저임금 상승률도 급격히 낮아졌고, 최저임금 산입 범위가 확대되면서 최저임금 상승 효과도 크게 줄었다. 중순위 이하 소득자들이 임금상승 효과를 누릴 수 없으면 경기활력 효과는 없는 것이다.”

 ◇노조 조직률 20% 위해 한국노총과 함께 노력 

-최근 정식 출범한 삼성전자 노조가 한국노총 산하로 들어갔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산하를 결정했다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노조가 무노조 경영을 내세웠던 삼성에도 확장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 민주성과 자주성, 사회와 공존하려는 노력을 해준다면 민주노총도 적극 응원할 생각이다.”

-제1노총 지위가 바뀌면서 한국노총도 조합원 200만명 확보를 목표로 내걸었다. 두 노총 간의 선명성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투쟁 일변도로 현장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서로가 지향하는 노선은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힘을 합쳐 사회를 바꿔나가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국내 노조 조직률은 2010년 9.2%까지 떨어졌다가 2018년 11.8%로 올랐다. 전 세계 다른 노조들의 조직률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낸 굉장한 성과다. 양 노총이 선의의 경쟁을 한다면 노조 조직률 20% 사회 달성도 이뤄낼 수 있다. 그러면 노동환경 개선 등 여러 부분에서 질적인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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