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 괴롭혀 때렸다”는 ‘가해’ 경찰 진술에 옹호론 나와
맞은 학생 측 “괴롭히지 않았다”며 반대 주장 펼쳐
10대 중학생을 폭행한 경찰을 처벌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이례적으로 ‘동의할 수 없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해당 경찰관이 자신의 딸을 괴롭힌다는 이유로 폭행했다고 진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오히려 이를 부정(父情)이라 감싸면서 “처벌을 면해달라”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다.
문제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6일 올라온 ‘만 13세 여중생을 무차별하게 폭행한 현직 경찰에게 강력한 처벌을 원한다’는 글이다. 청원인은 “지난해 10월 A양과 B양이 다퉈 서로가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면서 학교폭력자치위원회가 열렸다”며 “그로 인해 A양은 강전(강제전학)을 가고 B양은 잘 지냈다”고 적었다. 이후 우연히 마주친 두 사람이 ‘합의 하’에 싸웠고, 일주일 후 경찰인 B양의 아버지가 찾아와 A양의 배를 차고 목을 조르는 등 구타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다시는 이러지 않도록 B양의 아버지를 강력하게 처벌해달라”고 덧붙였다.
9일 기준 이 청원에 참여한 인원은 5,300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정작 댓글에는 이 청원 내용에 ‘비동의’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가해자인 B양의 아버지가 경찰 조사에서 딸이 A양에게 2년 동안 괴롭힘을 당해왔고, 강제전학까지 보냈는데 불러내 폭행했다는 얘기에 화를 참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이 알려지면서 이 같은 반응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한 언론을 통해 “어느 아버지가 가만히 있겠나. 우발적으로 폭행을 한 점은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청원을 접한 누리꾼들은 무조건 ‘동의’만 할 수 있는 국민청원 시스템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정작 폭력을 쓴 경찰관보다 청원인을 향해 성토하기도 했다. 국민청원의 경우 청원에 동의해야지만 댓글을 달 수 있다. 때문에 이날 댓글에는 “제 딸이 괴롭힘을 당했다면 저 역시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거나 “학교폭력을 당한 아이와 부모님의 마음을 생각했다면 이런 청원을 올릴 수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또 “경찰이기 전에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부끄럽지 않은 행동”이라며, 가해자의 처벌을 면해달라는 청원을 올리자는 댓글도 있었다.
다만 A양 측은 B양과 그의 아버지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며, 강제전학도 잘못이 없는데 이뤄졌다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사건을 조사 중인 서울 양천서 관계자는 “A양이 B양을 폭행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별개의 사건으로 다루고 있다”며 “현재 해당 경찰관은 대기 발령 상태”라고 밝혔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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