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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과학] 무선 이어폰, 주변 시끄러운데 어떻게 내 목소리를 전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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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과학] 무선 이어폰, 주변 시끄러운데 어떻게 내 목소리를 전달할까

입력
2020.01.11 04:4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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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 심할 땐 귓속 마이크만 작동… 뼈ㆍ근육 타고 온 진동을 소리로 바꿔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콩나물을 닮았다며 놀림 받던 애플의 새로운 무선 블루투스 이어폰 ‘에어팟’이 출시된 지 고작 3년. 그새 무선 이어폰 시장은 폭발적으로 커져 이제는 손가락 한 마디만한 기기를 양쪽 귀에 꽂고 음악을 듣거나 통화를 하는 사람들을 길거리에서도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머잖아 휴대폰을 귀 옆에 대고 통화를 하는 사람보다 이어폰만 꽂은 채로 두 손을 자유롭게 사용하며 통화하는 사람이 훨씬 많아질 판이다.

신기한 것은 달리고 있는 지하철이나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모인 운동장처럼 주변이 매우 시끄러운 환경에서도 이어폰 너머의 통화 상대가 내 말을 명확히 알아듣는다는 점이다. 특히 애플의 에어팟과 같이 입에 가깝게 뻗어 있는 길쭉한 리시버도 없는 작은 무선 이어폰들의 경우, 어떻게 주변 소음이 아닌 내 입에서 나온 말만 정확하게 잡아채 상대에게 전달해주는 것일까. 그 비밀은 무선 이어폰에 달린 마이크에 숨어 있다.

갤럭시 버즈에 달려있는 두 개의 마이크. 삼성전자 제공
갤럭시 버즈에 달려있는 두 개의 마이크. 삼성전자 제공

◇두 개의 마이크가 주변 환경 구별

에어팟에 이어 세계 무선 이어폰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버즈’에는 마이크 구멍이 두 개 있다. 본체 바깥쪽인 터치패드 아래와 귀 안에 들어가는 노즐 내부에 각각 하나씩 초소형 마이크가 심어져 있는 것이다. 갤럭시 버즈는 두 마이크에서 수집된 소리를 분석해 외부 환경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이용자의 통화 목소리를 분별해낸다. 삼성전자는 이 기술을 ‘어댑티브 듀얼 마이크로폰(ADM)’이라고 부른다.

먼저 바깥쪽 마이크가 주변 소리를 듣는다. 보통 조용한 사무실이나 사람들의 일반적인 대화 소리만 들리는 수준이라면, 기기의 ‘두뇌’ 역할을 하는 프로세서와 자체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이 ‘조용한 상태’라고 판단한다. 지하철 내부나 시끄러운 확성기, 공장 소음 수준으로 주변이 소란스러울 때는 ‘매우 시끄러운 상태’다. 대체적으로 △60데시벨(㏈) 이하는 ‘낮은 단계 소음’ △60~80㏈ 사이는 ‘중간 단계 소음’ △80㏈ 이상은 ‘높은 단계 소음’ 상태로 나눠진다.

주변 환경이 얼마나 시끄러운가에 따라 수음(受音) 방식이 달라진다. 집안과 같이 조용한 환경에서는 바깥쪽 마이크만으로도 이용자의 목소리를 또렷하게 입력할 수 있다. 혼잡한 거리나 음악이 틀어져 있는 카페 등에서는 이것만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안쪽 마이크에서 얻어진 목소리 정보와 바깥쪽 마이크에 입력된 목소리를 합쳐 이용자의 목소리를 구별해낸다. 더 시끄러운 환경이라면, 갤럭시 버즈는 아예 바깥쪽 마이크 사용을 포기하고 안쪽 마이크에서 얻은 정보만 모아 목소리를 보정해준다. 환경에 따라 두 마이크를 자유자재로 활용함으로써 입에서 마이크까지의 먼 거리를 극복하려는 것이다.

여기서 안쪽 마이크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해진다. 바깥쪽 마이크보다 훨씬 입에서 나온 목소리가 도달하기 어려운 위치(귓구멍 안)에 있으면서도 소리를 잘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안쪽 마이크는 소리를 모으기 위한 색다른 방식을 택했다. 공기를 타고 전달되는 소리가 아닌, 이용자의 ‘뼈와 피부’를 타고 전달되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귀 구조도. 공기전도는 귓구멍, 고막, 청소골, 달팽이관, 청신경 순서로 전달되지만, 골전도는 피부, 귀 주변 뼈, 달팽이관, 청신경 순서로 신호가 전달된다. 인터넷 캡처
귀 구조도. 공기전도는 귓구멍, 고막, 청소골, 달팽이관, 청신경 순서로 전달되지만, 골전도는 피부, 귀 주변 뼈, 달팽이관, 청신경 순서로 신호가 전달된다. 인터넷 캡처

◇공기가 아닌 뼈를 통해서 전달되는 소리

일반적으로 소리는 공기전도(Air Conduction)를 통해 들린다. 소리의 진동이 공기를 타고 귓구멍을 거쳐 고막을 진동시키고, 이 진동은 망치뼈와 모루뼈, 등자뼈로 이루어져 있는 청소골(귓속뼈)을 거치며 증폭돼 내이에 있는 달팽이관에서 전기에너지로 바뀌어 뇌로 전달되는 방식이다.

그런데 우리는 귀를 막아도 스스로의 목소리만큼은 확실히 들을 수 있다. 공기전도가 불가능한 상황이지만, 목소리를 내면서 성대와 구강에서 발생한 진동이 얼굴 뼈와 근육을 거쳐 달팽이관에 직접 전달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렇게 뼈와 근육을 통해 들리는 소리를 ‘골전도(Bone Conduction)’라고 한다.

이 원리를 활용한 골전도 이어폰은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귓구멍이 아닌 관자놀이 주변이나 연골 쪽에 부착해 사용하는 골전도 이어폰은 귀 주변 뼈에 진동을 전달하고, 이 진동은 고막을 거치지 않고 바로 달팽이관으로 전달된다. 이 때 진동은 거의 체감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하기 때문에 머리 전체가 울리거나 하지는 않는다.

골전도 이어폰을 거꾸로 활용한 것이 갤럭시 버즈에 활용된 ‘골전도 마이크’다. 공기전도를 통해 들리는 소리를 입력하는 것이 아니라, 얼굴 뼈와 근육을 타고 올라오는 진동을 인식해 소리로 바꾸는 것이다. 다만 여기서 수음되는 소리는 바깥 마이크가 인식한 목소리와 차이가 있다. 이는 귀를 막고 들은 내 목소리와 녹음된 내 목소리가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와 같은데, 골전도음은 전도 과정에서 고음 성분이 대부분 소멸되면서 공기전도음보다 주파수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입과 거리가 멀고, 안쪽 마이크 위치상 귀 연골 피부의 약한 진동을 인식해야 하는 만큼 음이 정확하지 못하고 뭉개진다는 단점이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무선 이어폰 제조회사들은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이를 보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갤럭시 버즈로 통화를 할 때 상대방이 자신의 말을 못 알아듣는다고 불평을 토로하는 소비자들이 여전히 많다. 바깥 소음이 목소리보다 크게 수음되거나, 목소리가 뭉개져 웅얼거리는 소리만 전달된다는 것이다. 이는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생각보다 느슨하게 이어폰을 착용하면서 ADM 기술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데서 오는 문제다. 삼성전자 측은 “바깥의 시끄러운 소음이 귀구멍 안쪽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귀에 꼭 맞는 이어팁을 선택하고, 귀 안쪽까지 깊숙이 들어가도록 착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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