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적인 국가산업단지인 반월ㆍ시화 공단 노동자 2명 중 1명이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7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된 후에도 직장갑질을 막기 위한 회사의 조치가 없었다는 응답도 과반으로 조사됐다.
안산스마트허브(반월공단), 시흥스마트허브(시화공단)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위한 권리향상 단체인 ‘반월ㆍ시화공단 노동자 권리 찾기 모임 월담(이하 월담)’은 반월시화공단 노동자 107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이뤄진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한 설문조사 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9일 밝혔다.
월담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을 직ㆍ간접적으로 경험했다’는 응답은 47.7%로 절반에 육박했다. 연령대별로 40대가 55.2%로 가장 높았고, 60대 이상도 50%였다. 고용형태 별로는 △기간제 노동자의 60% △파견제 노동자의 66.7% △정규직 노동자의 47%가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해, 고용 안정성이 취약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갑질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직장 내 괴롭힘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유형은 △다른 직원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모욕감 주기(43.1%) △부하 직원에게 자기 일을 떠넘기기(27.5%) △사생활에 대한 안 좋은 소문 내기(27.5%) △맡은 일 외 업무 시키기(25.5%) △회식ㆍ음주ㆍ모임 가입 등 활동강요(19.6%) △욕설 및 물건 던지기 등 위협(19.6%) △휴가 및 병가 사용 금지(17.7%) 등의 순이었다. 가해자는 주로 직장상사(53%)였고 사장과 직장동료라는 응답도 각각 23.5%를 차지했다.
괴롭힘 발생시 대응에 대한 질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37.2%), ‘동료들과 이야기했다’(35.3%)등 소극적인 대처가 대부분이었다. 상사에게 알리거나(11.8%) 고용노동부 등 공공기관에 신고(2%)한 비율은 극히 낮았다.
지난 해 7월부터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됐음에도 사업장들의 이행 의지는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57%는 법 시행에 따른 회사의 조치가 전혀 없었다고 답했다. 법에 따라 10인 이상 사업장은 취업규칙을 변경하고 신고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응답자 중 10인 이상 사업장에서 일하는 12.5%만 취업규칙이 변경됐다고 답했다. 월담은 “약 25만명의 노동자가 2만여개의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반월ㆍ시화공단은 한 사업장 당 평균 13명이 근무하는 등 소규모 사업장이 많다”며 “법이 실제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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