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키즈콘텐츠로 분류하면 광고 수익 줄어들 걱정
“제 콘텐츠 소재가 포켓몬 그리기거든요. 그동안 제가 그린 포켓몬 그림들 대부분이 아동용 콘텐츠로 지정돼 버렸네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국내 유튜버들이 회원으로 활동하는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 글이다. 일본 유명 캐릭터 ‘포켓몬스터’를 그리는 게 주 콘텐츠인 이 성인 유튜버는 자신의 콘텐츠 절반이 아동용 콘텐츠로 지정됐다고 호소했다.
유튜브는 7일 ‘아동 개인정보 보호 강화’라는 제목의 공지사항을 블로그에 전하며 아동용 콘텐츠에는 개인 맞춤형 광고를 게재하지 않기로 하고 댓글, 스토리, 실시간 채팅, 종 모양 알림 아이콘 등 기능 지원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아동의 기준은 글로벌의 경우 만 13세, 한국은 만 14세까지로 규정됐다. 이번 조치는 유튜브가 지난해 11월 도입한 아동용 콘텐츠 강화를 우리나라를 포함, 전 세계 유튜버를 대상으로 확대 적용하는 차원이다.
아동용 콘텐츠로 지정되면 개인 맞춤형 광고가 게재되지 않는 만큼 해당 유튜버의 수익이 줄어든다. 또 영상을 보며 댓글로 소통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특성상 댓글 기능이 막히는 건 유튜버들에게 타격이 크다는 지적이다.
유튜버는 영상을 올리기 전에 자신의 콘텐츠가 아동용인지 여부를 지정할 수 있지만 구글 인공지능(AI) ‘머신러닝’이 아동용 콘텐츠라고 인식되는 영상을 구분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어린이 프로그램이나 애니메이션 캐릭터, 장난감 등이 콘텐츠로 활용된 영상도 아동용 콘텐츠로 지정되면서 성인 유튜버들이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아프리카TV 등 다른 플랫폼으로 옮겨 가야 한다는 유튜버들도 늘어나고 있다.
머신러닝의 아동용 콘텐츠 인식 기준이 애매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한 유튜버는 자신이 가족들과 김장을 한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올렸는데 해당 콘텐츠가 아동용으로 분류됐다며 이유를 알 수 없다고 호소했다. 성인이지만 장난감 리뷰를 주 콘텐츠로 하는 한 유튜버도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그는 “저는 ‘추억의 장난감 놀이’ 같은 콘텐츠가 많은데 아동용 콘텐츠로 분류해서 올려야 하는지 고민”이라고 적었다. 또 다른 유튜버도 “영상에서 동요만 불렀을 뿐인데 아동용 콘텐츠로 지정이 됐다. 기준이 너무 애매하다”고 지적했다.
아동용 콘텐츠 강화 조치는 지난해 9월 유튜브가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로부터 벌금 1억7,000만달러(약 2,050억원)를 부과 받은 이후 나온 조치다. 유튜브는 부모 동의 없이 13세 미만 이용자들 정보를 수집하고 머신러닝으로 분석한 뒤 맞춤 광고를 제공한 혐의를 받았다.
박민정 기자 mjm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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