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학교장에게 위임한 각종 행정권한을 필요에 따라 교육감이 직접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개정 조례안에 대해 서울시의회에 재의를 요구하기로 했다. 해당 조례가 학교자율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시교육청은 9일 ‘서울시교육감 행정권한의 위임에 관한 개정 조례안’에 대해 서울시의회에 재의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개정 조례안은 교육감이 지역교육지원청의 교육장이나 학교장에게 위임한 행정권한을 필요에 따라 직접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지난달 20일 시의회에서 의결됐다.
시교육청은 이 조례가 학교 자율성을 침해하고, 상위법령 위반 소지가 있어 재의를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해당 조례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서울교사노조는 지난달 조례 철회를 촉구하는 교사 7,000여명의 서명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 전달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도 성명서를 내고 “더 많은 권한이 아래 단위로, 학교로, 학교 구성원에게로 주어져야 교육자치가 제대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음에도 개정 조례는 교육 자치의 흐름과 상반된다”고 지적했다.
시교육청은 또 교육부도 교육감이 특정 사무에 관한 행정권한을 교육장이나 학교장에게 위임하면 해당 행정권한을 ‘상실’한 것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해당 조례가 상위법령 위반 소지가 있다고 법령해석을 내렸다고 전했다. 법제처 역시 “권한을 위임했음에도 불구하고 위임기관이 필요에 따라 그 권한을 직접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권한의 위임 속성과 모순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재의라는 것이 무거운 행위임을 충분히 알지만, 이번 개정조례안이 상위법령에 위반될 소지가 클 뿐만 아니라 학교 자율성을 침해하거나 위축시킬 수 있다는 학교 현장의 우려가 매우 크기에 불가피하게 재의를 요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재의가 요구된 조례는 시의회에서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라는 조건을 충족해야 재의결된다. 교육감은 재의결된 사항이 법령에 위반된다고 판단하면 대법원에 제소할 수 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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