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본 ‘조사대상 유증상자’ 분류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집단으로 발병한 원인불명 폐렴의 관련 증상을 보인 환자(유증상자) 1명이 보건당국에 의해 확인되면서 국내로 확산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한은 물론 홍콩, 싱가포르에서도 유사 폐렴환자가 나타나는 등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데다, 증상을 보인 환자가 국내 입국한 지 일주일 가까이 지나 접촉한 사람들이 많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당국은 우한 발 폐렴 확산에 대비해 이 환자를 격리조치 한 뒤 역학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8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폐렴 증세를 보인 환자는 중국 국적의 여성(36)으로 우한을 방문한 뒤 지난달 30일 국내로 입국했다. 질본은 ‘조사대상 유증상자’로 분류하고 현재 국가지정입원 치료병상인 분당서울대병원으로 이송해 격리치료와 검사를 하고 있다. 조사대상 유증상자는 의심증상을 보이지만 단순히 우한시를 방문했을 뿐인 경우를 뜻한다. 중증 임상증상을 보이되 감염 경로지로 추정되는 우한 화난 해산물 시장을 방문한 경우에는 ‘의사환자’로 따로 분류된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원인 불명 폐렴의 유증상자가 발생하면서 확산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초 역학조사 결과에서 이 여성은 지난달 31일부터 기침과 목이 붓는 증상이 나타났으며, 이달 2∼3일에는 기침과 열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다. 질본은 “이 중국 여성이 폐렴 발생 지역으로 지목된 우한 화난 해산물 시장을 방문한 적이 없고, 야생동물과도 접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질본은 유증상자를 대상으로 폐렴을 일으키는 원인 병원체에 대한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추가 검사를 통해 일반 폐렴으로 밝혀질 경우라면 다행이지만 우한에서 집단 발병한 원인 모를 폐렴일 경우 상황은 복잡해진다. 유증상자가 입국한 지 일주일이 넘은 데다가 이미 두세 차례 병원을 찾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접촉한 사람들이 적지 않을 가능성 때문이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유증상자와 접촉한 사람에 대해서는 관할 보건소가 모니터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폐렴의 원인은 물론 잠복기마저 알려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에서 유증상자가 발생한 만큼 현재 14일을 적용하는 잠복기를 4주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우한을 방문한 사람 중에 이 여성처럼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증세를 보이는 이들이 더 있을 수 있다”라며 “초기에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어 잠복기를 4주 정도로 확대해 관찰을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 여성에 대한 검사 결과가 미궁에 빠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까지 중국질병통제센터(CDC)에서 어떤 세균이나 바이러스로 인해 폐렴이 발생했는지 원인병원체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라며 “국내 유증상자 상태가 호전돼도 중국에서 원인균에 대한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우리나라 사례 역시 원인불명으로 남게 된다”고 말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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