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셰르 유일 원전 인근에서 발생… “美에 보복 메시지” 관측 무성
8일 이란 유일의 부셰르 원자력발전소 인근에서 규모 4.9의 지진이 발생했다. 하필 이란이 이라크 미군 기지 두 곳을 공격한 직후 지진이 일어나자 억측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에 대한 보복 메시지로 군사행동에 이어 핵실험을 강행한 것인지, 아니면 ‘오비이락’ 격의 우연의 일치인지 의문만 커지는 분위기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이날 웹사이트에 “오전 2시20분 규모 4.9의 지진이 이란 보라잔 남동쪽으로 10㎞ 떨어진 지점에서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진원의 깊이는 10㎞이다. 약 1시간 후인 오전 3시19분에도 같은 곳 17㎞ 떨어진 지점에서 규모 4.5의 지진이 일어났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이 “부셰르 원전에서도 진동이 느껴졌지만 사상자는 없다”고 전했을 뿐, 당국의 별도 언급은 전혀 없었다.
그러자 지진을 둘러싸고 여러 해석이 나왔다. 이란이 미군의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 제거에 대한 복수로 핵실험을 한 것 아니냐는 시나리오다. 아야톨라 알라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앞서 3일 솔레이마니 사망 후 ‘가혹한 보복’을 예고한 바 있다. 지진이 발생한 보라잔 지역은 부셰르 원전에서 50㎞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핵실험 여파에 따른 지진 가능성이 나오는 이유이다. 이 원전은 중동 최초의 대형 원전이자 이란 핵개발을 상징한다.
과거 사례들을 봐도 핵실험을 했을 때 규모 4 안팎인 경우가 많았다.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당시에는 규모 4.8의 인공지진파가 관측되기도 했다.
물론 반론도 적지 않다. 단순히 지진 규모만으로 핵실험 여부를 진단할 수 없어서다. 정확한 판단을 위해선 지진파를 측정해야 한다. 게다가 이란은 중동에서 지진 가능성이 높은 국가로 꼽힌다. 이란 주변에는 유라시아판과 아라비아판 경계부가 있다. 보라잔이 판 경계에 위치해 있는 점도 자연지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까닭이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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