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보육교사에 대한 직장 갑질 가해자의 10명 중 7명이 어린이집 대표로 나타났다.
노동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지난해 12월 직장갑질119의 직종별 모임인 ‘어린이집갑질근절! 보육교사 모임’에 가입한 보육교사 891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7%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답했다고 8일 밝혔다. 응답자 가운데 직장 내 괴롭힘 경험자들은 가해자의 70%가 원장이나 이사장 등 어린이집 대표였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는 2018년 11월 발표된 정부의 보육실태조사 결과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를 나타냈다. 보건복지부의 ‘2018 전국보육실태조사’는 3,400개 표본 기관의 원장 서면조사와 중간경력자(평균 근무경력 7년10개월)의 면접조사로 이뤄졌다. 반면 직장갑질119의 조사에는 세대별로는 20~30대가 36%, 고용형태별로는 무기계약직이나 기간제 보육교사가 92%를 차지했다. 정부 조사에는 원장의 의견이, 직장갑질119의 조사에서는 현장 보육교사들의 의견이 더 많이 반영된 셈이다.
직장갑질119의 조사에서 직장갑질의 가해자로 어린이집 대표가 압도적으로 꼽혔지만, 정부조사에서 원장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중간경력자는 ‘전혀 어렵지 않다’(42%)거나 ‘별로 어렵지 않다’(50%) 등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92%에 달했다.
근로시간에 있어서도 직장갑질119 조사에서는 ‘초과근무가 있다’는 응답이 91.5%였으나 앞선 정부 조사에서는 61.2%(원장 응답), 49.5%(중간경력자 응답)로 크게 낮았다.
이번 조사에서 보육교사들의 80%는 제대로 된 휴게시간을 갖지 못한다고 응답했으나, 정부 조사에서는 휴게시간을 사용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66%가 넘었다. 보육교사들은 이직을 원하는 이유로 근로여건 불만족(73%), 직장 내 괴롭힘 및 인간관계(35%) 등을 꼽았으나 정부조사에서 원장들은 보육교사의 사직이유로 건강상 이유(23%), 통근시간(20%) 등을 꼽아 큰 차이를 보였다.
직장갑질119는 “현행 정부 실태조사는 보육교사 처우 전반에 관해 사용자인 원장이 응답하고 추가 면접조사에서는 원장이 직접 섭외할 가능성이 높은 중간경력자를 표본으로 삼아 실태 파악이 불가능하다”며 “고른 경력의 보육교사가 원장을 거치지 않고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실태조사를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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