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초연 뮤지컬들이 설레는 첫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굵직한 대작 스테디셀러 사이에 살아남기 위해 저마다의 특장점을 벼리고 있다. 뮤지컬 시장이 폭넓어지면서 새로운 시도가 눈에 띈다는 점이 이채롭다.
◇“파격과 혁신” 해외 초연
해외 뮤지컬 초연작은 형식 파괴, 소재 혁신으로 압축된다.
형식 파괴의 대표 주자는 관객참여형, 즉 이머시브(Immersive) 공연이다. 지난달 개막한 ‘위대한 개츠비’가 대표적이다. 이 작품은 관객이 개츠비 맨션 파티에 초대된 손님이 되어 배우들과 대화도 하고 술잔도 기울이며 극에 참여토록 했다. 하반기에는 ‘더 그레이트 코멧’이 이 흐름을 이어받는다.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모티브로 삼은 이 작품은 19세기 러시아 귀족의 살롱을 재현한 공간에서 배우와 관객이 한데 어우러져 광란의 상태를 경험하는 파격을 시도한다(9월 15일~11월 29일ㆍ유니버설아트센터).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소재도 눈길을 끈다. ‘제이미’(7월 7일~9월 11일ㆍLG아트센터)는 남몰래 드랙퀸을 꿈꾸는 남자 고등학생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미국 작가 앨리슨 벡델의 자전적 그래픽 노블을 바탕으로 한 ‘펀 홈’(7~10월ㆍ동국대 이해랑극장)도 기대작이다. 동성애자인 아버지와 역시 동성애자인 작가 자신의 삶을 반추한 작품으로 2015년 토니상 베스트뮤지컬상 등 5관왕이었다.
1890년대 미국의 가장 미스터리한 살인사건을 재해석한 여성 4인조 록 뮤지컬 ‘리지’(4월 2일~6월 21일ㆍ드림아트센터)와 소설과 영화로 이미 유명한 ‘아메리칸 사이코’(5월ㆍ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도 출격 대기 중이다.
◇“역사ㆍ드라마ㆍ웹툰을 무대로” 국내 창착극
국내 창작 뮤지컬의 도전은 다방면이다. ‘봄을 그대에게’는 대학 신입생인 주인공을 앞세워 1987년 6월 항쟁의 한복판으로 달려간다(2월 22일~3월 1일ㆍ대학로예술극장). ‘미스트’는 1910년 한일병합조약 당시 상황에다 역사적 상상력을 더 했다(18일~3월 29일ㆍ대학로 TOM). 로마 시대 노예 검투사 반란을 다룬 ‘글래디에이터’(4월ㆍ충무아트센터)도 박진감 넘치는 무대를 예고한다.
서현진과 에릭이 호흡을 맞춘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또! 오해영’(3월 24일~5월 31일ㆍ서경대 공연예술센터), 영화와 만화를 변용한 ‘글루미 선데이’(4월 29일~7월 12일ㆍ한전아트센터)와 ‘베르사유의 장미’(11월~2021년 2월ㆍ한전아트센터)도 있다. 대형 창작 뮤지컬을 선보인 왕용범 연출 작품이라 기대가 높다. 일곱 왕자의 세자 선발전을 그린 ‘세자전’은 웹툰에서 가져온 작품이다(11월~2021년 1월ㆍ유니플렉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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