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장…“방폐물 저장·처분 전문인력 70여명 수준, 부끄럽다”
“원자력발전소를 안전하게 운영하고 해체하기 위해 ‘맥스터(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는 꼭 확보돼야죠. 건설 결정이 늦어도 올 상반기 안에는 나와야 합니다.”
김경수(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장은 8일 서울역사 내 한 음식점에서 취임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월성 원전의 맥스터 확보가 시급함을 강조했다. 그는 “원전 운영뿐 아니라 향후 해체를 위해서도 사용후핵연료 저장과 처분 정책의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원전에서 전기를 생산하고 남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로에서 나온 뒤 습식저장시설(수조)에 수년간 보관된다. 열이 어느 정도 식으면 이를 건식저장시설(콘크리트 건물)로 옮겨 임시로 저장해 두는데, 이런 시설 중 하나가 맥스터다. 최종 처분시설이 없어 임시로 넣어두는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월성 원전 부지에 맥스터 7기를 건설해 2010년부터 이용해왔는데, 지난해 6월 기준 저장률이 96.04%에 달했다. 이대로라면 내년 하반기 월성 원전 맥스터는 포화한다. 한수원은 맥스터 7기를 추가로 짓겠다고 원자력안전위원회에 허가를 신청했고, 원안위는 이를 심의 중이다. 지난해 11월 111회 원안위 회의에 상정된 맥스터 허가안은 지진 안전성, 방사선량 기준, 반입 폐기물 범위 등에 대해 위원들의 추가 확인 요청에 따라 의결이 보류됐다. 원안위는 오는 10일 113회 회의에서 이 안건을 다시 논의한다.
이날 함께 참석한 윤종일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 부회장은 “건설에 19개월 걸리기 때문에 맥스터 증설이 올 상반기 결정되지 않으면 월성 원전 4개 호기가 모두 운영이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학회 측은 원전 방폐물을 안전하게 저장·처분하기 위한 시설도 정책도 미흡한 데다 전문인력마저 턱없이 부족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회장은 “경주 중·저준위 방폐물처분시설에 수용 가능한 방폐물이 약 80만드럼인데, 원전 한 호기를 해체하면 1만4,000~1만5,000드럼이 나온다”며 “원전 해체가 본격화하면 중·저준위 방폐물마저 경주 시설만으로 부족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이어 “원전 해체 기술은 어느 정도 준비해왔지만, 해체 후 나오는 방폐물의 저장과 처분 분야에는 국내 박사급 전문인력이 70여명에 불과하다”며 “원전 강국으로서 사후처리 준비가 이렇게 미흡한 건 부끄러운 일”이라고 토로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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