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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다시 보는 김정은 리더십과 답방

입력
2020.01.09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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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지도했다고 1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지도했다고 1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연말에 열린 북한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토의되고 결정된 내용들을 다시 꼼꼼히 들여다보았다. 김정은 당 위원장은 중앙위원회 위원과 후보위원은 물론 주요 당정군 간부들이 모인 자리에서 7시간에 걸친 연설을 통해 전략적 노선, 정책 그리고 주요 국정 과제들을 제시했다. 우리의 대북ㆍ통일 정책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칠 내용들이 적지 않다. 김 위원장은 미국이 자신들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끝까지 추구한다면 한반도 비핵화는 영원히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대북 적대시 정책이 철회되고 한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가 구축될 때까지 국가 안전을 위한 필수적이고 선결적인 전략무기 개발을 줄기차게 진행해 나갈 것임을 선언했다. 핵심 키워드는 줄곧 강조해 왔던 ‘대북 적대시 정책’이었다. 한미 합동군사훈련, 대북 제재를 지칭한다. 미국의 대북 정책이 바뀌지 않으면 앞으로 상당 기간 남북 관계는 개선되기 어렵다는 우울한 전망을 가능케 하는 대목들이다. 그간 보여준 김 위원장의 언행일치 리더십 스타일을 고려하면, 이같은 대미 정책 방향은 앞으로 상당 기간 고수될 것이다. 신형 전략무기 개발이 어느 수준에서 과시되느냐에 따라 남북 관계 운신의 폭은 더 좁아질 수 있다. 결국 현 단계에서 우리의 남북 관계 돌파 전략도 비핵화 진전과 적절히 연계된 한미 합동군사훈련과 대북 제재 문제 해결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 셈이다.

또한 우리는 외교, 군사안보, 통일, 경제 분야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어떤 세계관을 갖고 있고, 이것이 대내외 환경 구조 속에서 어떤 전략적 노선과 리더십 스타일로 표출되고 있는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2012년 집권 이후 지난 8년간 보여준 김 위원장의 리더십을 관찰해 보면 외교, 안보, 경제 분야 모든 정책에서 높은 수준의 일관성이 발견된다. 또 그는 상대(미국이든, 한국이든)가 협력적으로 나오면 협력적으로, 대결적으로 나오면 철저히 대결적으로 대응했다. 미국이 군사적으로 위협하면 그는 대미 핵공격 위협으로 대응하는 치킨게임을 불사했다.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대한 강력한 제재와 같은 처벌은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더욱 집착하게 만들었다. 다른 한편으로 그는 자위적 국방력를 강화하면서도 경제와 문명국가 건설을 동시에 추진했고, 가시적인 성과도 도출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세계적 추세를 따르는 북한식 세계화를 추진하면서 사회주의 문명국가 건설에도 일정한 진전을 이뤄냈다. 북한 전역에 28개에 이르는 경제특구와 경제개발구를 지정하는 등 다소 파격적인 개방 의지도 보였다.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태도, 과감하고 저돌적인 추진 방식, 명예와 자존심을 중시하는 성향, 한번 마음먹은 것은 반드시 달성하고야 마는 성취욕 등은 눈여겨볼 만한 특징들이다.

이번 전원회의를 지도·지휘하는 과정에서도 김정은 위원장은 파격적이며, 대담한, 그리고 치밀한 리더십을 과시했다. 일군(간부)들에게 직접 국정 목표와 방향을 소상히 설명하고 북한 내부의 치부를 솔직하게 드러내면서 현실을 인정하고, 핵심 간부들과 주민들의 지지와 협력을 호소하는 김일성식 연설 정치를 보여주기도 했다. 대미 외교정책에서는 위협적 수사를 사용하면서도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판을 완전히 깨지 않고 협상의 여지를 남겨놓는 노련함도 눈길을 끈다. 물론 허점도 보인다. 어떤 측면에서는 너무 무모하고, 공격적이고, 유연성이 떨어져 보인다. 과도한 승부욕, 비타협적 태도, 완벽주의자에 가까운 일사불란함 추구, 강대국들의 압력에 굴복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태도 등등.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 여건이 하루빨리 갖춰질 수 있도록 남과 북이 함께 노력해 나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답방은 한반도 평화구상의 성패를 좌우하는 최대 변수다. 답방을 실현시키고 남북 관계의 반전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김정은 리더십을 다시 제대로 탐구하는 일이 급선무로 보인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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