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원, 8개 제품 시험… 바늘ㆍ드라이버 만으로 안전장치 쉽게 제거
1개 제품은 안전장치 없이 ‘모의 총포’ 상태로 판매
해외에서 수입한 일부 성인용 비비탄 총이 안전장치를 쉽게 제거할 수 있거나, 심지어는 안전장치를 뗀 상태로 판매하고 있어 사람들이 다칠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은 안전장치 없이 판매한 수입업자의 법률 위반 사실을 경찰청에 통보했다.
한국소비자원은 해외에서 제작돼 국내에 수입ㆍ유통되는 성인용 비비탄총 8개 제품을 조사한 결과, 6개 제품에 설치된 ‘탄환속도 제한장치’가 간단한 조작만으로 해제할 수 있었다고 8일 밝혔다.
성인용 비비탄총에 대한 안정인증기준상 비비탄총은 발사되는 탄환의 운동 에너지(발사 강도)가 0.14~0.2J(줄) 범위 내에 있어야 한다. 0.2J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총포ㆍ도검ㆍ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모의 총포로 분류된다.
하지만 미국이나 일본, 중국 등의 발사 강도 허용 기준치는 우리나라보다 높아, 수입업자들은 비비탄총을 국내에 들여올 때 안전장치인 탄속 제한장치를 설치해 발사 강도를 줄인 상태로 들여온다.
그러나 조사 대상 제품 중 1개 제품은 판매자가 직접 탄속 제한장치를 해제한 채 제품을 판매했다. 해당 제품의 발사 강도는 안전 기준치의 6배가 넘는 1.32J에 달했다.
국내에 안전장치를 설치한 채로 들여오는 제품 중 4개 제품은 발사 강도가 안전기준상 최저치인 0.14J에도 미치지 못했고, 이 중 2개 제품은 탄환이 나가지도 않았다. 1개 제품은 안전장치 없이도 발사강도가 안전기준에 미치지 못했다.
안전장치가 설치된 채 국내에 들여온 제품은 모두 바늘이나 소형 드라이버 등 간단한 도구를 이용하면 제거가 가능했다. 이들 제품의 안전장치를 제거하면 운동에너지가 0.39~1.49J로 안전기준의 2~7배에 달했다.
한국소비자원은 수입 비비탄총을 구입하고자 하는 소비자에게 “탄속 제한장치 존재 여부를 확인하고, 탄환 발사강도가 약해 사용이 어려운 경우라도 탄속 제한장치를 해제하면 안된다”고 당부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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