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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아이 돌봐줄 곳이 없어요” 엄마들 마지못한 ‘3월 장기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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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아이 돌봐줄 곳이 없어요” 엄마들 마지못한 ‘3월 장기휴가’

입력
2020.01.09 04:4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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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돌봄교실은 턱없이 부족 방과후 수업도 입학 후에야 등록 

서울 공립초등학교 신입생 예비소집일인 8일 서울 용산초를 찾은 예비초등생들이 1학년 교실 의자에 앉아 즐거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공립초등학교 신입생 예비소집일인 8일 서울 용산초를 찾은 예비초등생들이 1학년 교실 의자에 앉아 즐거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외동딸을 초등학교에 입학시킨 직장인 이미란(42)씨는 당해 연차 휴가 전부를 3월에 몰아 써야만 했다. 보통 유치원에선 저녁 6~7시까지 아이를 맡길 수 있었지만, 초등학교 입학을 하면 오후 2시 전 수업이 끝나버려 맞벌이 학부모로선 퇴근까지 길고 긴 육아 공백을 손수 찾아 채워야 한다. 아이를 처음 학교에 보낸 이씨의 어쩔 수 없는 ‘3월 장기휴가’의 이유였다.

유독 이씨만의 일은 아니다. 올해도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맞벌이 학부모들 가운데 다수가 원치 않은 3월 장기휴가 일정을 잡아야 할 처지이다. 이씨는 “초등학교마다 돌봄교실을 운영하고 있지만 편차가 심한데, 우리 아이 학교의 경우 학년당 1개 교실만 운영해 반 30명 중 3명만 이용할 수 있었다”라며 “돌봄교실은 입학 스케줄이 그나마 빨리 결정되지만, 방과후 수업은 입학 후 등록결정이 이뤄져 꼼짝없이 3월 중순까지 휴가를 내고 아이를 돌봐야 하는 실정이다”고 설명했다.

[저작권 한국일보] 이미란씨 자녀의 1학년 1학기 일정.
[저작권 한국일보] 이미란씨 자녀의 1학년 1학기 일정.

정부는 이러한 맞벌이 학부모의 고충을 개선하기 위해 점차 돌봄교실을 늘리고 있지만, 현장의 요구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8일 교육부가 발표한 ‘신학기 초등 돌봄교실 운영방안’에 따르면 연내 전국 돌봄교실(2019년 4월 기준 1만3,910실)을 700개 늘리고, 이용 학생도 29만명에서 30만4,000명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같은 날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신년 교례회에 보낸 축사를 통해 “지난 한 해 여러분의 관심과 열정으로 온종일 돌봄체계를 구축했다”고 자찬했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교육부 온종일 돌봄체계 현장지원단을 중심으로 관계부처 및 지자체와 긴밀한 협력을 강화하여 현장의 어려움이 없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정부지원이 역부족이란 말이 끊임없이 나온다.

일단 정부의 돌봄교실 확충 계획에도 불구하고 전체 267만여명에 달하는 초등학생 중 돌봄교실을 포함해 정부의 초등학생 돌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아동은 33만여명에 그친다. 혜택의 범위가 터무니없이 좁다. 송다영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성평등한 저출산기본계획의 방향과 과제: 돌봄 영역을 중심으로’에 따르면 초등돌봄교실을 포함한 정부의 초등학생 돌봄정책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맞벌이 돌봄 수요는 46만~64만명으로 추정되지만 정부 대책은 △초등돌봄 29만명 △다함께돌봄 5,000명 △지역아동센터 11만3,000명 △청소년 방과후 아카데미 1만명 등 33만명(2019년 기준ㆍ중복포함) 수준에 그쳐 “공급량이 절대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이용 학생으로 선택받더라도 돌봄교실이 오후 5시에 마쳐 학부모 퇴근까지 생기는 ‘육아 공백’을 피할 수 없다. 저녁 7시까지 만18세 미만을 돌보는 지역아동센터가 있지만 방학이면 오후 5시에 문을 닫고 이마저도 중위소득 100%이하 학부모만 이용 가능하다. 손이 많이 가는 초등 입학생을 둔 부모는 마냥 사교육만으로 이 공백을 채울 수만은 없어 어쩔 수 없이 3월 휴가를 선택하는 것이다. 송 교수는 “중산층 이상 맞벌이 가정은 돌봄교실이 문 닫는 오후 5시부터 돌봄 공백을 겪게 된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공백을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 소득 수준 상관없이 돌봄을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오응석 교육부 방과후돌봄정책과장은 “이달 중 학부모를 대상으로 돌봄 수요조사를 실시하고 수요가 많은 곳에선 다함께돌봄·지역아동센터 등 지역 돌봄기관 등과 협력해 육아 공백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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