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규의 기차여행ㆍ버스여행]당일치기 ‘태백산눈축제’ 기차여행
눈 없는 겨울이 야속하다. 함박눈이 쏟아지는 날 설원을 달리는 눈꽃열차를 타고 ‘겨울왕국’으로 떠나는 낭만여행을 꿈꾼다. 대한민국에서 가능할까? 기상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가능성으로 따지면 단연 태백이다. 겨울 평균 적설량이 무려 78cm. 눈이 내리면 지붕부터 도로까지 도시 전체가 하얗게 덮인다. 눈으로 만든 조각 작품과 즐길거리 가득한 태백산눈축제가 10일부터 19일까지 열린다.
◇무궁화호 열차 타고 태백행(청량리역 07:05~태백역 11:15 )
서울에서 태백 가는 버스는 동서울터미널에서 출발한다. 태백터미널까지 3시간 10분 가량 소요되며, 요금은 우등버스 기준 3만1,900원이다. 열차는 청량리역에서 태백역까지 무궁화호가 주중 5회, 주말(금~일) 6회 운행한다. 4시간 넘게 걸리지만 개인적으로 버스보다 열차를 추천한다. 요금이 1만5,200원으로 버스의 반값인데다 차창 밖으로 스치는 겨울 풍경을 감상하기에도 기차가 낫다. 규칙적인 진동에 익숙해지면 금새 내 집처럼 편안해지고 ‘겨울왕국’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을 만끽하게 된다. 여행의 맛은 역시 기차가 제격이다.
청량리역에서 무궁화호 열차를 타면 마음이 설렌다. 한 때는 새마을호 다음으로 빠른 열차였지만, 비둘기호와 통일호가 퇴역하고 KTX가 등장한 후에는 가장 느린 ‘완행열차’가 됐다. 천천히 달리는 열차에서 내다보면 강원도 산골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시시각각 바뀐다. 눈이라도 내리면 설국의 풍경은 또 얼마나 낭만적인가. 지루할 거라고? 틀렸다. 태백역 도착 안내방송이 나오면 아쉽기까지 하다.
◇금강산도 식후경(12:00~13:00)
태백역 앞 터미널에서 오전 11시40분 출발하는 당골ㆍ석탄박물관행 7번 시내버스를 타고 20분이면 태백산국립공원에 닿는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당골탐방지원센터(옛 당골매표소) 바로 아래에 자리한 당골 식당가로 이동한다. 장수촌 식당에서는 비교적 빨리 나오는 된장찌개ㆍ산채비빔밥ㆍ곤드레밥ㆍ해물파전ㆍ도토리묵부터 시간이 걸리는 버섯전골ㆍ상황오리ㆍ토종닭까지 다채로운 음식을 8,000~5만원에 맛볼 수 있다.
◇겨울왕국 태백산국립공원 즐기기(13:00~17:00)
본격적으로 축제를 즐길 차례. 올해 27회를 맞는 태백산눈축제는 ‘눈ㆍ사랑 그리고 환희... 순백의 설레임’이라는 주제로 10~19일 열린다. 당골탐방지원센터를 지나면 축제장이다. 참신함이 돋보이는 대학생 눈 조각 작품을 통과하면 테마공원에 얼음썰매와 눈 미끄럼틀 등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이 좋아할만한 놀이시설이 준비돼 있다. 실내에는 블록놀이와 샌드아트 체험, 에어바운스와 편백나무 놀이터가 마련됐다. 추억을 소환하는 연탄불 먹거리와 화덕구이로 입을 달래면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하이라이트는 당골광장의 대형 눈 조각 전시장.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겨울축제답게 세계의 유명 건축물과 관광지, 영화 주인공과 만화 캐릭터를 형상화한 얼음과 눈 조각이 가득하다. 지난해에는 ‘신화의 문’ ‘산소도시 태백’ ‘위대한 12신화의 광장’ 작품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축제 소소한 즐길거리도 많다. 미션을 통해 순금 한 돈을 얻는 ‘황금 눈 조각을 잡아라’ 이벤트를 비롯해, 눈축제 캐릭터 댄스 공연, 노래자랑 등이 이어진다. 에스키모의 얼음집을 본뜬 이글루카페에서는 따뜻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고, 아름다운 추억을 담은 즉석 사진을 출력해 추억으로 간직할 수도 있다. 태백석탄박물관(입장료 2,000원)도 볼만 하다. 1960~70년대 생활 연료와 산업발전의 동력이었던 태백 석탄산업의 이모저모를 전시하고 있다. 잠시 추위를 피할 곳으로도 제격이다.
더 실감나는 체험을 원한다면 태백산 등산과 눈썰매장을 권한다. 당골광장에서 태백산 정상 부근 천제단을 왕복하는 데 대략 4시간30분(왕복 8.8km)이 걸린다. 시간상 무박 2일이나 1박 2일 일정으로만 가능하다. 축제장과 붙어 있는 태백석탄박물관(입장료 2,000원)은 대한민국 산업의 원동력이었던 태백의 광산과 광부의 역사를 전시하고 있다. 전시물을 둘러보며 잠시 언 몸을 녹이기에도 괜찮다.
◇당일치기 태백 여행 마무리(태백역 18:23~청량리역 22:18)
태백산에서 오후 5시20분 당골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태백역에 도착하면 6시23분 출발하는 청량리행 열차가 기다리고 있다. 바깥은 이미 캄캄한 밤이다. 4시간 가량의 꿀잠으로 당일치기 태백 기차여행을 마무리한다. 눈축제 기간에는 열차표가 매진되는 경우가 많다. 기차여행 전문 해밀여행사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박준규 기차여행/버스여행 전문가 http://traintri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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