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최고지도자 ‘비례적ㆍ직접적 보복’ 지시
솔레이마니 장례식에 수십만 몰려 40명 압사
이란이 본격적으로 미국에 대한 보복 절차에 돌입하고 있다. 이란은 7일(현지시간) 미국에 대한 보복 시나리오가 13개가 준비돼있다면서 “단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 의회도 이날 미국에 대한 군사적 대응을 위한 법적 절차 마련으로 분주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알리 샴커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은 이날 미국에 보복할 ‘13가지 시나리오’를 고려하고 있다면서 “가장 약한 경우가 ‘미국인에게 잊지 못할 역사적 악몽’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대미 보복 작전은 이란의 위대한 영웅(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이 흘린 피를 위한 것이며 단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중동에서 즉시 스스로 나가지 않으면 그들의 시체가 중동을 뒤덮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다만 시나리오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에 대한 보복을 절차적으로 정당화하는 움직임도 이날 시작됐다. 이란 의회의 헌법수호위원회는 7일 긴급회의를 열어 미국의 ‘테러 행위’에 맞서 비례적인 군사 대응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란 의회는 특히 사상 처음으로 '긴급 3단계' 회의를 소집했다. 3단계는 이란 의회가 임시회의를 열 수 있는 안건 가운데 가장 시급성과 중요도가 높은 수위다.
이란 의회는 또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전투능력 강화에 2억유로를 추가로 투입하고, 미군 전체와 미 국방부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하는 안을 가결하기도 했다. 이 역시 미국에 대한 군사 대응을 위한 법적 절차다. 이란이 미국을 실제 공격할 경우, 이를 근거로 이란을 위협하는 테러조직에 대응한 ‘대테러 작전’이라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6일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이례적으로 국가안보위원회를 직접 찾아 “미국에 비례적이고 직접적인 공격으로 보복하라”고 지시했다. 샴커니 총장의 이날 발언은 하메네이의 지시에 따라 ‘비례적 대응’을 준비하는 후속 대책으로 보인다.
호세인 살라미 이란 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도 7일 이란 남동부 케르만주(州)의 주도 케르만에서 열린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장례식에서 미국에 대한 강력한 보복을 경고했다. 살라미 총사령관은 이날 추모 연설에서 “미국이 아끼는 곳을 불바다로 만들 것”이라며 “우리의 복수는 강력하고, 단호하고, 완전한 방법으로 수행될 것이다. 적(미국)을 후회하게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케르만은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고향으로 그는 이날 이곳에 안장된다. 지난 3일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미군의 폭격에 사망한 뒤 그의 장례식은 바그다드를 시작해 이라크 카르발라, 이란 마슈하드·테헤란·곰 등 이라크와 이란의 시아파 성지를 돌며 4일부터 이날까지 나흘간 대규모로 치러졌다.
이란 반관영 ISNA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케르만에서 열린 장례식에 추모 인파 수십만 명이 몰리면서 최소 40명이 압사하고, 210여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장례위원회 측은 “불행한 사고가 일어나 장례식을 중단하고 안장식 일정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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