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군부 실세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 주역은 ‘암살 드론’
감시 피해 표적 공격하는 드론, 차세대 무기 핵심으로 부상
3일 새벽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 인근에서 미군의 드론 공습을 받은 차량 잔해가 화염에 휩싸여 녹아내리고 있다. 이날 오전 항공편으로 바그다드 공항에 도착한 거셈 솔레이마니는 차량으로 이동하던 중 공습을 받고 폭사했다. 사진은 이날 이라크 총리 공보실이 공개했다. 바그다드=AP 연합뉴스

“윙~” 모기의 날갯짓 같은 이 소리는 한 마리라면 성가실 수준에 그치지만 떼로 온다면 공포가 됩니다. 특히 벌레가 아니라 드론이라면, 그리고 그 드론에 공격 무기가 탑재돼있다면요. 예고편만으로도 화제 된 영화 ‘엔젤 해즈 폴른(Angel Has Fallen , 2019년 제작)’의 드론 공격 장면을 아시나요. 공격 목표로 삼은 사람을 끝까지 쫓아가 공격하는 드론, 이제 영화 속 이야기만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관련기사 : 대체 얼마나 무섭길래? … 영화가 보여주는 드론 공격

미국이 드론을 사용해 이란 군부 실세 제거 작전 수행에 성공했습니다. 이란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정예군) 사령관 거셈 솔레이마니는 지난 3일 미군의 공격용 드론 MQ-9 리퍼의 공습으로 사망했습니다. 특수 요원의 희생 없이 드론만으로 거물급 이란 군부 인사를 제거한 겁니다.

영화 앤젤 해즈 폴른(Angel Has Fallen, 2019년 제작)
◇드론, ‘어른이 장난감’ 아니었어?
게티이미지뱅크

2010년대 ‘키덜트(키즈와 어덜트의 합성어)’, ‘어른이’의 가장 큰 흥미는 바로 드론이었죠. 드론은 기계나 카메라에 흥미를 붙인 ‘돈 좀 있는’ 어른들에겐 최고의 장난감이었습니다. 이젠 더 이상 장난감만으로 치부할 수가 없게 됐죠. 오히려 ‘차세대 무인공격기’로서의 위상이 점점 높아지는 모습입니다. 무인공격기를 칭하는 말은 원래 ‘UAV(Unmanned Aerial Vehicle)’였는데요. 최근 들어선 드론으로 통칭하기도 하는 데서 이런 변화를 엿볼 수 있어요.

최첨단 무기용 드론은 관측·표적 확보장치(MSTS)를 장착한 모델은 표적을 쪽집게로 집어낸 듯 골라 타격 가능한 것이 특징인데요.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에 쓰인 ‘MQ-9 리퍼’는 요즘 가장 잘 나가는 공격용 드론입니다. 미국은 정보원, 통신 감청, 첩보 위성 등 정찰 수단을 총동원해 솔레이마니의 동선을 확보했다죠. 그렇게 확보한 정보로 솔레이마니를 표적 공격한 게 바로 MQ-9 리퍼입니다. 이번이 처음도 아니라죠. 미국은 이미 이슬람 테러 조직원 공습 작전에 MQ-9 리퍼를 사용해왔어요. 대표적으로 2015년 이슬람국가(IS) 영국인 대원 지하디 존 제거 작전, 2016년 알샤바브 대원 제거 작전에 투입돼 유명해졌습니다.관련기사: ‘솔레이마니 죽인 美 드론’…SNS서 확산중인 영상 정체는

◇ 암살 드론? 장점이 뭐야?

지난해 1월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의 미 공군기지에 도착한 무인폭격기 MQ-9 리퍼 앞으로 미 공군 장교가 지나가고 있다. 칸다하르=로이터 연합뉴스

드론은 사람이 탑승하는 게 아니라 멀리 떨어져서 조종할 수 있어요. 만약 드론이 작전 중에 폭격 되거나 추락하는 등 부서져도 아군의 인명 피해가 없는 거죠. 특히 특수 작전 인력을 포로로 잡힐 위험 부담이 적고요. 프로펠러 엔진을 장착해 감지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설사 한두 대가 격추돼도 임무 수행 성공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상대 핵심 병력 또는 표적 지휘관만 노리다 보니 주변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주장도 있죠.

실제로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을 되돌아보면 무기로서의 드론 특징이 잘 드러납니다. 미국은 솔레이마니 제거에 MQ-9 리퍼를 90여대 실전 배치했다고 알려졌는데요. 이 중 여러 대가 격추되고 한 대만 성공한다고 해도 작전은 어쨌든 성공이었죠. 원격 조종으로 미군의 인명 피해 우려도 적었을 테고요. MQ-9 리퍼는 당시 이라크 바드다드 국제 공항에 도착한 솔레이마니 사령관과 친이란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 아부 마흐디 알무한디스 부사령관을 정확히 노려 타격했는데요. 이 공격으로 숨진 이는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포함한 5명. 치밀하고도 정확한 작전이었습니다. 작전을 승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때 지인들과 아이스크림을 곁들인 만찬 중이었다죠.

관련기사: 美 표적공습에 이란 2인자 사망… 전면전 치닫는 美ㆍ이란

◇북한도 벌벌 떨고 있는 거 아냐?
경기 고양 일산서구 킨텍스에서 지난해 12월 11일 열린 2019 대한민국 드론박람회 육군관에 화생방 방제 드론, 대드론 재머 등이 전시돼 있다. 뉴스1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은 세계에 “드론이 전쟁의 방식을 바꾼다”는 걸 각인시킨 계기가 됐습니다.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이 북한에 보내는 경고라는 해석도 있어요. 이에 따라 주한미군이 보유 중인 공격용 드론 ‘MQ-1C’가 주목받았고요.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에 쓰린 MQ-9 리퍼를 아예 한반도에 배치할 거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죠.관련기사: 北, 미국의 솔레이마니 제거에 중ㆍ러 통화 통해 우회비판

중국도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을 크게 의식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중국 군사 전문가 웨이동쉬는 6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은 지상과 공중에서 탐지·조기경보 레이더를 운영하는 만큼 다각도에서 적의 드론을 찾을 수 있다”며 방어 능력을 자랑하면서도 “중국이 파견한 유엔 평화유지군 등이 지역 무장세력으로부터 드론 공격을 받을 수 있다. 레이저 무기나 전파교란 장비 등 드론에 대항할 장비를 잘 갖춰줘야 한다”고 지적했어요.

우리나라라고 예외는 아니겠죠. 북한도 드론 공격을 할 수 있으니까요. 과연 대비는 잘 하고 있을까요? 국방과학연구소와 항공우주연구원이 개발한 무인정찰기 ‘비조(飛鳥)’는 2002년부터 생산돼 실전 배치됐는데요. 미국이나 이스라엘 등 무기 선진국에 비하면 성능이나 모든 면에서 한참 모자라는 게 사실입니다.

◇오작동하면 끔찍할 텐데

맞아요. 드론이 오작동된 사례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작은 오류로도 무고한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했기 때문인데요.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30일 아프가니스탄 남동부 코스트주에서 미군 드론이 오류를 일으켜 산모 등 5명이 탑승한 차량을 폭격한 사건이 벌어졌는데요. 이 폭격으로 산모를 비롯해 산모의 친척, 운전사 등 5명이 숨졌습니다.

드론은 조작 실수로도 큰 인명 피해를 가져옵니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아프가니스탄에서 IS 은신처를 겨냥한 공격을 펼쳤지만, 실수로 민간인을 공격해 최소 30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드론의 한계점은 곧 무인 전쟁 로봇 전체의 한계점이기도 합니다. 아군 피해가 없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점도 시사하고요. 특히 사소한 오작동, 실수로도 수많은 무고한 희생자를 낳을 수 있다는 점, 어쩌면 가장 큰 공포일지도 모릅니다.

관련기사: [지평선] 드론 전쟁

☞여기서 잠깐: MQ-9 리퍼란?
미 공군의 최첨단 무인공격기 'MQ-9리퍼'. 연합뉴스

‘하늘의 암살자’, ‘헌터 킬러(Hunter-killer)’라는 무시무시한 별명으로 불리는 MQ-9 리퍼는 이미 2001년 2월부터 하늘을 날아다녔고, 실제 전투에 배치된 것도 2007년 5월부터입니다. 길이 11m, 날개폭 20m, 전고 3.6m로 비행기와 비교하면 아주 작고, 보통 우리가 아는 드론을 생각하면 꽤 큰 편이죠. 이륙 순간부터 연료를 전부 사용할 때까지의 비행거리를 뜻하는 항속거리는 무려 5,926㎞에 이르고요. 각종 미사일과 폭탄으로 완전무장을 해도 약 14시간 동안 비행할 수 있습니다. 현재 운용 중인 MQ-9 리퍼는 미국이 90여 대 운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미국 외에도 영국,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에서 이미 도입했거나 도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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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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