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금융 김신 이사장 피의자 신분
변호사 선임 문제로 조사 불발, 1시간여 만에 귀가
화력발전소 수주 등 공시 안 해 삼성물산 주식 가치 하락시킨 혐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부당 합병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김신(63) 전 삼성물산 대표이사 사장을 소환하면서 삼성 수뇌부를 향한 본격 수사가 시작됐다. 다만 이날은 변호사 선임 문제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김 전 사장은 1시간여 만에 귀가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4부(부장 이복현)는 7일 김 전 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김 전 사장은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삼성물산 대표이사 사장을 지내면서 2015년 9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주도했다. 2018년 1월부터는 삼성미소금융재단 이사장 직을 맡고 있다. 지난해 9월 시작된 삼성물산 합병 의혹 수사에서 사장급 이상 경영진이 소환된 것은 처음이다.
김 전 사장은 합병을 앞두고 2조원대 카타르 복합화력발전소 수주 사실 등 삼성물산에 유리한 정보를 공시하지 않아 회사 주가를 고의로 떨어뜨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전 사장이 이를 통해 제일모직 최대 주주였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 비율로 조작했다고 보고 있다. 당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비율은 1대 0.35로, 제일모직 주당 가치가 삼성물산 주당 가치의 3배였다. 삼성물산이 자사 주식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고의로 회사의 주택사업 매출을 떨어뜨렸는지 여부도 조사 대상이다.
검찰은 2018년 11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 고발장을 접수한 뒤, 회계 부정이 그룹 차원에서 이뤄진 경영권 승계작업의 일환이었다는 점을 입증하는 데 주력해왔다. 지난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국정농단 상고심을 선고하며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을 인정한 뒤 이 같은 의혹에 더욱 힘이 실렸다. 검찰은 합병 의혹과 관련해서도 김 전 사장이 윗선의 지시를 받아 실행했는지를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조사가 진행되지 못한 이유는 부적절한 변호인 선임 때문이었다. 검찰조사에 함께할 예정이었던 김 전 사장 변호인이 ‘피해자’격인 삼성물산 법인의 법률대리인도 맡고 있어, 검찰 측에서 “이해충돌 문제로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김 전 사장이 변호인을 다시 선임하는 대로 재소환할 예정이다.
검찰은 김 전 사장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합병 당시 그룹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 최지성(69) 전 부회장과 장충기(66) 전 사장 등 ‘윗선’에 대한 조사와 함께 수사를 마무리 짓는다는 방침이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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