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실세 폭사 나흘 만에 ‘공개활동 위축 예측’ 뒤집어
새해 첫 현지지도는 비료공장 건설, 식량난 속 자력갱생 강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의 이란 군부 실세 제거 이후 처음으로 공개 행보에 나섰다. 새해 첫 공개활동이기도 하다. 북한은 이란과 함께 대표적인 반미국가로 꼽히는 만큼 당분간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경제현장을 찾아 ‘정면돌파전’을 강조하며 ‘새로운 길’에 대한 자신감을 과시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7일 김 위원장이 평남 순천인비료공장 건설 현장을 현지 지도한 모습을 사진과 함께 공개했다. 3일 미군의 공습으로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이 사망하면서 김 위원장이 외부 활동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일각의 예측이 있었는데, 나흘 만에 외부 활동을 전격 공개한 것이다. 북한은 지난 2일 김 위원장이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보도했지만, 사진과 날짜는 공개하지 않아 이날 공장 방문이 사실상 새해 첫 공개활동이다.
김 위원장의 이번 행보에 대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솔레이마니 사령관 사망에 개의치 않겠다는 메시지”라며 “김 위원장은 지난달 노동당 중앙위원회 7기 5차 전원회의에서 강조한 ‘정면돌파전’을 몸소 실천하겠다는 지도자로서의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 김 위원장은 검정색 가죽 코트를 입고 활짝 웃거나 여유롭게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자신감을 과시했다.
김 위원장이 새해 첫 현지지도 장소로 경제 현장을 찾은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이는 국방보다 민생문제 해결을 우선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과의 대결, 긴장 고조가 최우선 목표라면 새해 첫 행보로 군부대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데 비료공장을 찾았기 때문이다. 북한은 미국의 대북제재 장기화에 대비하기 위해 경제부문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있는데, 만성적인 비료 부족이 식량난을 가중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돼 비료공장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엔 중국(1월 7일), 2018년 국가과학원(1월 12일), 2017년 평양가방공장(1월 5일) 등을 새해 첫 공개 일정으로 잡았다.
김 위원장의 공개 행보는 대내외 정세가 복잡해지면 ‘잠행정치’를 하던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대조돼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김정일 위원장은 미국이 아프가니스탄(2001년), 이라크(2003년) 등을 공격했을 때 각각 25, 50일간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사태를 관망했다. 또한 김정일 위원장은 북한이 미사일을 시험 발사해 북미 간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수십여일 모습을 감춰 미국의 눈을 피해 은신하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아버지와 달리 대내외 변수에도 공개 활동을 쉬지 않는 모습이다. 북한의 핵실험이 잦았던 2017년 3월, 미국이 한반도 유사시 대비를 위해 키리졸브 연습에 역대 최대 규모의 특수전부대를 참가시키는 등 북미 간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진 적이 있다. 이 때도 김 위원장은 조선혁명박물관 시찰 등 일상적 모습을 공개하며 건재를 과시한 바 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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