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새로운보수당 책임대표가 7일 ‘불편한 사이’인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를 예방했다.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었던 하 대표는 지난해 4월부터 손 대표의 퇴진을 주장했고, 물러나지 않는 손 대표와 반 년 넘게 ‘전쟁’을 하다가 지난 3일 탈당했다.
지난 5일 새보수당 초대 대표로 선출된 하 대표는 이날 손 대표의 국회 대표실을 찾았다. 하 대표가 손 대표를 만난 건 탈당 후 처음이다.
사실상 등 돌린 사이지만, 손 대표는 미소로 하 대표와 지상욱 새보수당 수석대변인을 맞았다. 그러나 하고 싶은 말은 별로 없는 듯했다. 그는 “새보수당 창당을 축하한다”며 “우리나라 정치가 새롭게 되고, 보수당이 개혁하는 등 정치 발전에 크게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하 대표의 건승을 기원한다”고만 했다.
하 대표는 “손 대표를 인간적으로 좋아하고 존경한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어느 시점부터 ‘우리가 정치적으로는 가는 길이 좀 다르구나’라는 걸 확인했고, 저희들은 ‘보수 쪽에서 확실히 바꿔보자’ 이런 생각을 가지고 새보수당을 만들었다”며 “(바른미래당 시절) 과거의 불편한 일 때문에 관계가 악화된다든지 그런 것은 아닐 것이라는 걸 익히 알고 있다”고 말했다.
좋은 말만 주고받다 끝나는 듯했지만, ‘감정’이 드러나는 장면은 곧바로 이어졌다. 하 대표가 “미리 보고를 못 받으신 모양인데, 새보수당의 1호 법안인 청년병사보상3법(병역보상금법ㆍ군 제대청년 임대주택가점법ㆍ군 복무 1% 가점법)은 바른미래당에 있을 때부터…”라고 설명하며 관련 자료를 건네려 하자, 손 대표는 “나한테 인사하러 왔으면서 기자회견을 한다”고 뼈 있는 농담을 했다. 그러자 하 대표는 “적어도 바른미래당과 새보수당이 대한민국 청년을 위해서는 같이 (하자는) 그런 마음에서 (법안을) 가져왔다”고 급히 발언을 마무리했다.
이어 회동은 언론 비공개로 전환됐으나, 하 대표와 지 수석대변인은 비공개로 전환하자마자 손 대표의 방을 나왔다고 한다. 통상 예방 때는 모두발언 이후 격려나 당부의 말 등을 주고 받는 게 관례지만, 그마저도 없었던 것이다. 하 대표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 “무슨 따로 할 말이 있겠나. 바로 나왔다”고 했다.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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