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아름다운 이별 준비하는 박용택 “마지막 시즌 나도 정말 궁금해”

알림

아름다운 이별 준비하는 박용택 “마지막 시즌 나도 정말 궁금해”

입력
2020.01.08 08:00
26면
0 0
역 마지막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LG 박용택이 지난 2일 잠실구장 인근에서 본보와 만나고 있다. 성환희 기자
역 마지막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LG 박용택이 지난 2일 잠실구장 인근에서 본보와 만나고 있다. 성환희 기자

2002년 KBO리그에 혜성처럼 등장한 박용택(41ㆍLG)은 그 해 LG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큰 역할을 했다. 언론은 ‘슈퍼루키’의 활약을 연일 대서특필했다. 그로부터 19년이 흐른 2020년 1월 박용택은 현역 마지막 겨울을 보내고 있다. 그는 2019시즌을 앞두고 2년 계약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예고했다. 지난 2일 잠실구장 인근에서 만난 박용택은 “문득 올해가 끝이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오프 시즌을 보내고 있다”고 웃었다.

지난해 박한이의 은퇴로 박용택은 마지막 시즌 ‘현역 최고령’ 타이틀을 달고 뛴다. 그는 “20대 때는 새로운 시도의 반복이었다. 야구가 뜻대로 안될 때 몇 년 더 부딪히면서 거북이처럼 야구하자고 다짐했는데 여기까지 왔다”고 돌아봤다.

박용택은 그의 말처럼 새 시즌을 시작할 때마다 끊임없이 화두를 던져 자신의 한계를 시험했다. 이제 내려 놓을 법도 하지만 유종의 미를 위해 여전히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있다. 한결 날렵해진 몸매의 박용택은 “10년 전 체중으로 한번 돌아가보려 한다”면서 “85kg이었는데 그 때가 가장 몸이 가벼웠다”고 말했다. 10년 전이면 야구에 새로 눈을 뜬, 박용택의 ‘늦은‘ 전성기의 시작이다. LG가 창단한 1990년 초등학교 5학년 때 야구공을 잡은 이후 단 한번의 브레이크 없이 탄탄대로를 걷던 그는 화려한 루키 시즌까지 보낸 이후 한동안 정체된 야구로 답답한 세월을 보냈다. 그는 “2008년엔 야구 못 해서 2군도 가 봤다. 더 이상 뭔가를 보여주지 못하면 거기서 끝났을 수도 있는 시점이었다”고 떠올렸다. 야구판에서 사라져간 ‘비운의 스타’ 중 한 명으로 남을 뻔한 위기에서 박용택은 2009년 타격왕(0.372)에 등극하며 드라마틱한 반전에 성공했다.

박용택을 깨운 결정적 계기는 절친한 1년 후배 이진영(SK 코치)과 정성훈(KIA 코치)이었다. 그는 “2009년에 (이)진영이와 (정)성훈이가 FA로 팀에 왔는데 솔직히 부럽기도 하고 위기의식도 느꼈다”면서 “시간이 흘러 우리끼리 한 얘기지만 내가 처음에 그들에게 말도 안 걸었다고 하기에 ‘너희들한테 자격지심 있었다’고 털어놨다”며 웃었다. 박용택은 “타격폼 정립을 두고 김용달 코치님과 수없이 논쟁을 하기도 했지만 돌이켜보면 진영이와 성훈이의 입단, 치열해진 주전 경쟁, 당시 딸이 태어난 지 얼마 안 돼 가장으로의 책임감 등 심리적 자극이 더 컸다”고 돌아봤다.

LG에서만 19시즌을 뛰는 야수는 박용택뿐이다. LG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멤버이자 LG에서 ‘슈퍼스타’라 이름 붙일 수 있는 마지막 선수다. 김용수부터 노찬엽 김동수 송구홍 이상훈 유지현 서용빈 김재현 이병규 조인성에 이르기까지 ‘스타 군단’으로 시대를 풍미했던 LG도 창단 30주년을 맞아 변화의 기로에 섰다. 박용택은 “박병호 정의윤 이대형 박경수가 LG에서 잘 풀렸으면 좋았겠지만 지금 LG에도 프랜차이즈 스타로 성장할 자질이 보이는 선수들이 많이 있다”고 후배들을 응원했다. KBO리그 통산 최다안타(2,439개), 10년 연속 3할 등 다 열거하기 어려운 업적을 남기고 떠나는 박용택은 “안타 기록은 (김)현수나 (손)아섭이가 깨지 않을까”라고 예상했다.

박용택은 “마지막 시즌은 나도 정말 궁금하다”고 했다. 그가 꿈꾸는 30년 야구인생의 마지막 경기, 마지막 타석은 어떤 모습일까. 그는 “한국시리즈 7차전 9회말 투아웃이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가끔 해 본다”고 미소 지으면서 “하지만 한국시리즈 우승은 꿈이 아니다. 이제 정상에 도전할 수 있는 충분한 경험을 쌓았다”고 강조했다.

시종일관 덤덤하게 얘기했지만 30년을 함께한 야구와 이별할 준비도 조금씩 하고 있다. 박용택은 “부모님을 광주 창원 대구 등 아직 못 가 보신 새로 지은 야구장에 한 번씩 모시려 한다”고 말했다. 은퇴 후엔 해외 연수를 추진 중인데 방송 등 다방면의 활동에 대한 의욕도 크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